밀짚 모자에 볏단 든 반기문 총장 논 그림…충주시 "전국체전 홍보하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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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달천동 모시래뜰에 조성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논 그림 전경. [사진 충주시]

충북 충주시 들판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형상화 한 ‘논 그림’이 만들어졌다. 충주시는 26일 달천동 충주종합스포츠타운 터 앞 모시래뜰에 반 총장의 상반신을 형상화한 논 그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논 그림은 ‘농부 반기문’을 연상케 한다.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밀짚 모자를 쓴 반 총장이 왼손에 볏단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반 총장 특유의 제스처도 표현했다. 하단에는 ‘UN 사무총장 충주 반기문’이란 글귀가 담겼다. 논 그림 조성에는 임대료 등 시 예산 3000만원이 들었다.

9917㎡ 크기의 논 그림에는 자도(자주색)·황도(노란색)·적도(검은색) 등 3종의 유색 벼 품종을 심었다. 지난 5월 16일 도화지격인 바탕벼를 심고 열흘 뒤 유색벼 이앙 작업을 했다. 그림을 정교하게 하려고 인부 20여 명을 투입해 도안(圖案)에 맞춰 직접 손으로 심었다. 도안은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제작했다. 논 그림은 수확기인 9월 말까지 유지된다. 벼 이삭이 여무는 8월 중하순 논 그림이 가장 선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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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달천동 모시래뜰에 조성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논 그림 전경. [사진 충주시]

반 총장은 충주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며 유년기를 보냈다. 충주시는 2013년 문화동에 반 총장의 본가를 재현한 ‘반선재(潘善齋, 반기문의 선한 집)’를 만들어 관광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연말에 퇴임한 뒤 19대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되는 상황에서 반 총장을 지나치게 홍보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 총장은 2007년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한 뒤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충주시 소재 충북환경운동연대 박일선 대표는 “반 총장이 임기 말인데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시점에서 반 총장 얼굴이 그려진 논 그림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 총장이 충주 출신이란 이유로 시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생가복원 한 건에 불과하다. 이제 와서 반 총장을 내세워 충주를 홍보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병덕 문화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반 총장은 충주를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이다. 반 총장의 논 그림이 우리 고장의 명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종성 충주시농업기술센터 팀장은 “내년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홍보하기 위해 반 총장 논 그림을 기획하게 됐다”며 “충주를 알리기 위한 목적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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