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기성 진통제 맞고 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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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요미우리신문 주최 제10기 기성전 7번 승부 첫번째 대국이 16일 상오 9시 도야마현 다까오까시와 아마하라시 하이츠 호텔에서 조 기성의 집흑으로 시작됐다.
조 기성은 동경에서부터 동행한 「요꼬야마」 주치의와 「스가하라」 간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특설 대국장에 입장, 도전자 「고바야시」 9단(명인)과 잠시 인사를 나눈 후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대국 전 다리의 통증을 잊기 위해 조 기성은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바둑판은 조 기성이 휠체어를 탄 채 대국할 수 있도록 허리 높이만큼 높여져 있었다.
9시 대국이 시작되자 조 기성은 감시 눈을 감았다 뜨며 담담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내려다보았다.
「고바야시」 9단은 약간 긴장된 표정이었다. 3분쯤 지나서 조 기성은 우상귀 외목에 첫수를 두었다. 이날 제1국 첫날 대전은 조 기성의 지나친 체력 소모를 막기 위해 하오 5시쯤 봉수될 예정이다.
이날 바둑은 전과 달리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조 기성의 형 조상연 5단은 조 기성이 지금까지 첫수를 외목에 둔 것을 본 일이 없는 전법이라고 말하고 이는 기분을 전환시켜 흐름을 바꾸려는 투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9단은 백2를 오른쪽 귀에 두지 않는 것이 통상이지만 조 기성의 특수 전법에 대응한 불가피한 작전으로 보이며 이는 두 기사가 모두 강한 투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조 5단은 풀이했다.
이날 조 기성이 대국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의사 「요꼬야마」씨는 『현재 조 기성의 건강 상태는 정상이며 바둑을 두는데 별 지장이 없다. 체온도 정상이며 혈압은 60∼1백30으로 역시 정상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바둑을 중단시킬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특별기 편으로 이곳에 온 조 기성은 구급차 편으로 호텔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휠체어를 타고 이 호텔 4층에 마련된 대국장을 둘러보았다. 대국을 하루 앞두고 조 기성은 약간 상기된 듯 밤 11시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동행한 「교오꼬」 부인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요꼬야마」 주치의는 조 기성에게 비타민 및 포도당 주사를 놓은 뒤 그가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알맞은 양의 수면제를 복용시켰다고 밝혔다.
『조 기성은 오직 필승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조 기성은 15일 잠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둑을 둘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괜찮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답한 뒤 곧 입을 다물었다.
16일 바둑이 진행되는 동안 의료진은 조 기성을 지켜보며 건강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깁스한 양쪽 다리를 길게 뻗은 채 휠체어에 앉아 바둑을 두기 때문에 피가 아래로 몰려 다리가 부을 가능성도 있다.
조 기성이 현재 가장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부분은 오른쪽 다리. 사고 후 X레이 검사를 한 결과 무릎 뼈 바로 밑 부분에 복합 골절이 생겼으며 뼈가 밖으로 나와 공기 접촉으로 골수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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