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갈증 부르는 승부의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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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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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보(54~69)=백색 탄환처럼 중앙 흑의 심장부에 들이박힌 54. 꽂히는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류가 흐를 것 같은 수다. 이런 돌발적 기습이야말로 탕웨이싱을 초일류의 반열에 올려준 비장의 수법이다. 턱을 괴고 숙고하던 스웨는 55, 57로 맞끊는 활용으로 A의 단점을 보완했는데 그냥 ‘참고도’ 흑1로 밀어가면 어떻게 될까.

박영훈 9단은 바둑판 위에 흑1부터 백6까지 늘어놓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판단이 어렵다는 뜻이다. 흑▲ 세 점의 가치는 얼핏 커보이지 않는다. 외곽을 봉쇄한 흑이 좋아서다. 중앙이 두터워지면 차후 a로 끼워 백을 차단하는 수도 가능하고 우변에 웅크린 백 일단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백이 이 흑▲를 잡으면 상변과 좌중앙 흑 세력에서 힘겹게 유영 중인 백의 양곤마의 숨통을 후련하게 해결해준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흑▲는 버릴 수 없는 요석(要石). 적어도 55, 57을 활용하고 59로 밀어간 스웨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60으로 뛰어나가고 61부터 68까지, 쌍방 중앙의 곤마 동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어지러운 공방은 가까운 미래의,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을 감춰두고 있다. 스웨가 안경을 고쳐 쓰고 좌하 쪽 69로 씌워갈 때 탕웨이싱은 녹차가 담긴 물병을 기울여 목을 축인다. 승부의 긴장이 부른 갈증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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