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운 경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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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경찰은 21일로 창설 40주년을 맞았다. 해방 후 격동의 소용돌이에서 태어나 영욕이 점철된 오랜 역사를 통해 온갖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공비토벌과 6· 25 동난 때는 반공전선에 생명을 바쳤고 어수선했던 혼란기에는 질서와 치안의 대들보로 이바지했다.
숱한 격변을 거치면서 때로는 「권력의 시녀」 라는 불명예를 걸머지기도 했고, 「민중의 지팡이」 가 아닌 「몽둥이」 라는 멍에가 씌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자세는 흩어지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며 40년을 꿋꿋하게 버텨왔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경찰은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국민 앞에 보다 어른스럽고 세련된 경찰상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쌓은 소중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바탕으로 치안서비스를 하층 강화하고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범죄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범죄의 양은 말할 것도 없고 질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잔인해지고 수법도 고도로 치밀해지고 있다.
대낮 강도가 무리를 지어 다닐 만큼 대담해졌고 스피디해졌다. 청소년범죄 또한 급증추세에 있다. 이처럼 치안의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의 기본적 사명이 사회의 안녕 질서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있는 만큼 무엇보다 범죄를 줄이고 범인을 잡는 것이 1차적 과업이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범죄발생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범죄발생의 요인을 미리 차단, 예방해야한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일단 발생하면 범인을 잡더라도 피해복구는 절반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 피해가 인명일 경우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것이다.
범죄예방을 의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경찰력의 상당부분을 예방경찰로 투입하는 시책의 일대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변모하는 시대에 걸맞게 경찰인력의 질적 향상과 수사기술 및 장비의 현대화도 시급한 과제다.
경찰관모집에 수10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요즘의 추세라면 인력의 고급화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기변신과 향상은 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자세도 새로이 해야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영구미제가 될 뻔한 주요사건의 범인을 시민의 협조로 검거한 예가 수없이 많았다.
이는 앞으로 경찰이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주민 스스로가 관리· 유지하는 지역사회의 방범활동이 거두고 있는 성과를 보더라도 시민의 협조가 수사장비나 기술의 현대화 못지 않게 주요하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이 미덥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신뢰받는 경찰이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협조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시비도 없어져야 할 것이고 지탄을 받거나 군림하는 듯한 경찰의 모습도 말끔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사람을 받고 함께 고민하고 호흡을 나누는 경찰상을 구축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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