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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피카소」그림의 정체를 한눈에…|호암갤러리「걸작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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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흔히 우리는 속된말로『귀신같다』는 말을 쓴다. 이번의 「피카소 걸작전」을 보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피카소」는 과연 귀신같은 화가』라는 점이었다. 「피카소」 가 천재적인 화가라고 하는 데에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재적인 화가는「피카소」말고도 있다.「피카소」의 천재성은 좀 유별나서 굳이 말하자면「귀신같은 천재」라고나 할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람들은「피카소」의 이름은 알아도「피카소」의 그림의「정체」에 대해서는 막연한 이미지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다. 혹자에게는 어느 평자가 말했듯이「배꼽이 있을 자리에 눈을 그려 넣는 화가」정도로 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피카소」의 전부는 물론 아닐테고 결국은 「허버트·리드」의 표현처럼『1백개의 얼굴을 가진 화가』에서 도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화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마디로「피카소」는「쌍신의 화가」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회화적 레퍼터리를 속에 지니고있는 예술가다. 「피카소」의 그림을 머리에 떠올릴 때 우리는 막상「어느 피카소」의 그림인가에 명확한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이름에는 갖가지 딱지가 붙어 다니는 것이다. 「청색시대」「장미빛 시대」「입체주의 시대」「신고전주의 양식 시대」등등…. 뿐만 아니라 그 명칭도 식자에 따라 다른 것이다.
「피카소」 는 흔히 「고야」와 함께 가장「스페인적」인 화가라 일컬어진다. 그리고 그 스페인적 특질이 바로 다양성에 있으며 그것이「피카소」로 하여금 「기질적」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게 한 것이다. 이와 아울러 격한 바로크적인 성향과 현실의 세계와 환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 또한 스페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다양한 변모도 예술적인 천재적 재능 없이는 그처럼 결실 많은 것은 되지 못한다. 이를테면『수염을 기른 노인의 초상』에서 엿볼 수 있듯이 나이 12∼13세 때 그는 이미 아카데믹한 회화기법을 완전히 익혔고『「라파엘로」에 버금가는 데생력을 몸에 지니고』(「피카소」자신의 말이다)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바탕 위에 비로소 그의 그칠줄 모르는 창의력이 분방하게 펼쳐지고 변화무쌍한 회화언어를 완벽하게 통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호암갤러리에서 모처럼 꾸민「피카소 걸작전」은 유화 76점, 데생 13점과 함께 「피카소」의 그와 같은 예술적 편력을 한 자리에서 되새기며 짚어 볼 수 있는 지극히 귀중한 기회를 우리에게 마련해 주고있다. 초기로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의 주요작품을 고루 선보이고 있는 이 미공개「걸작전」은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의 어느 전시회에서도 좀처럼 대할 수 없는 내실에 찬 전람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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