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취미주부들의 모임 동양분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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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강남구내곡동의 가정주부 박연애씨 (53)집. 1백30여평 대지 위에 자리잡은 마당과 집 안팎에는 2백여개의 크고 작은 분재식물들이 들어차 있다.
수령 70년에 분령 10년이 가까운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해송·왜철쭉·장수매·담단풍…. 수령 50년이 넘는 어름나무분에는 적잖이 열매까지 달려 이것으로 술을 담그기도 했다.
오늘은 매월 첫번째 수요일로 정해진 동양분재회 (회장 박경순) 의 월례모임. 76년 시작되어 10년 가까이 계속되어온 11명 가정주부들의 분재 취미클럽의 모임인데, 마침 박연애씨 집에서 모이게된 것이다.
회원들은 대부분이 40, 50대의 가정주부들 회원집을 돌아가면서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각자의분재 경험을 주고받는다.
때로 새로운 재배기술을 익히고 뿌리도 나눠 갖는다.
오늘 참석한 회원은 김은숙·박덕희· 유혜춘·최광혜·박경순·박덕주씨. 그중에는 자매 사이가 있는가 하면, 이모·조카 사이도 있다. 모두들 한결같이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여성들.
『아침 7시30분이면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집을 나가니까 그때부터 햇볕따라 화분 옮기기, 물주기가 시작됩니다. 상오내내, 어떤 때는 낮12시를 넘기기까지 화분을 돌보는데,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건강과 정신수양에 아주 좋습니다.』박연애씨의 얘기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도 초물계통의 햇볕을 덜 타는 식물을 택하면 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또 싹이 트고 잎과 꽃이 피며 열매가 달리고 스러져가는 자연의 섭리와 인내를 분재취미를 통해 배운다는 것.
이들은 줄기와 뿌리를 갈라 수형을 잡는 분재가 자연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질서를 부여해 가꾸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분재인구가 엄청난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 초보자를 위한 마땅한 분재 책 한 권 없는 것이우리의 현실. 그래서 이들 동양분재회 회원들은 82년 전문가의 도움과 자신들의 경험을 묶어『알기 쉬운 분재』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영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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