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양미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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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며칠전 마침 점심시간이라 몇몇 간호원들과 함께 입원환자들의 식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같이 일하는 「제인」이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아기를 안고 방글거리며 우리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다.
비번(非番)인 그는 아기의 첫나들이로 교회를 다녀오는 길인데 예쁘고 귀여운 조카를 동료들에게 보여주러 왔다는 것이다.
모두들 손을 씻고 번갈아 아기를 안아가는데 아기모습이 동양아기였다.
의아해하는 내게 「제인」은 그의 언니가 양녀로 데려온 그 아기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는것이었다. 순간 나는 놀랍고, 반가우면서도 화가 나는 묘한 기분이 되는 것이었다.
결혼전 한국에서 나는 직장생활 틈틈이 친구들과 영아원을 찾아가 1일보모 노릇을 한적이 있었다. 그들을 볼적마다 부모없이 버려진 어린 생명이 불쌍해 마음이 아팠었는데 지금은 잊고있던 기억들이 새삼 살아난다.
또한 내자신 아기엄마가 되고난 까닭인지 그 아기들의 처지가 더욱 마음을 무겁게한다. 오죽 답답한 사정이면 자식을 버렸으랴마는 수만리 떨어진 이역의 작은 도시에서 양녀로 들어온 한국아기를 만난 기분은 착잡하기만 하다.
한국의 여성잡지 상담란을 보면 불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던데, 왜 이들 아기들은 제나라에 살지못하고 이곳까지 홀러온 것일까. 아기가 없어 입양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도, 감추어야할 비밀도 아니다.
어차피 버려진 아기가 있을수 밖에 없다면, 한국인인 우리들이 그들을 맡아 키우자. 결코 잘사는 나라, 잘사는 가정에 입양된 아기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주 베링햄시 버치우드120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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