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초등생 14명, 안보 사랑 40초 동영상에 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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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초교 학생들이 만든 동영상 화면. ‘안보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출품작 동영상 캡처]

전문 영상 촬영·편집 장비도 없었다. 최신 장비에 전문 교육까지 받은 고교생·대학생들보다 모든 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전국대회 광고영상 공모전에서 우수상(2위)을 차지했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남평초교 늘품영화제작동아리 학생들 얘기다.

‘안보사랑 콘테스트서’우수상
디지털 카메라 한 대로 만들어
전교생 25명 중 절반이 참여
“동영상 만들면서 창의력 향상”

학생들은 지난달 27일 경찰청 주최로 열린 ‘2016 안보사랑 콘테스트 공모전’에서 ‘국가 안보는 행복입니다’라는 주제의 40초짜리 영상을 출품했다. 디지털 카메라 한대로 촬영해 만든 것이다. 전교생 25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4명이 영화제작 동아리로 활동하면서 제작했다. 이번 공모전 광고영상 부분엔 전국에서 총 234점이 출품됐다.

학생들이 만든 광고에는 ‘국가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나의 소중한 물건을 지키지 못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둘로 나뉘어 편집된 화면의 한 쪽에서는 돈을 부채 모양으로 만들어 자랑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또 다른 쪽에선 친구들에게 돈을 모두 빼앗기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들은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안동혁(36)교사의 지도로 지난 3월부터 광고 영상 콘티 구성법부터 촬영·편집 과정을 배웠다. 화요일마다 방과후 2시간씩 영상 촬영을 위한 토론과 실습을 해왔다. 연출은 동아리 회장인 6학년 전한샘(12)군이 맡았다. 전군은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광고를 만들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안보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리는 지난해 3월 부임한 안 교사가 만들었다. 당시 담임을 맡은 5학년 학생 8명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시나리오를 썼다. 또 촬영기법과 연기 지도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동아리는 지난해 출품한 공모전에서 3차례나 상을 받았다. 제2회 국립춘천병원 학교폭력예방 UCC공모전에서 금상(강원)을, 물사랑 공모전에서 동상(전국)을 차지했다.

이번 광고 영상에서 경찰 역할을 맡았던 전혜민(12)양은 “영화와 광고 촬영을 하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아이들이 영화·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력·기획력 등이 크게 향상된다”고 했다. 안 교사는 “2009년 원주의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카메라를 구입해 원주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UCC를 만들어 ‘원주관광UCC공모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며 “이후 부임하는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동아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학생들과 함께 만든 영화제작동아리는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남원주초교에선 2012년부터 3년 동안 7번이나 수상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영상 편집이 가능한 수준까지 아이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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