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천지를 뒤흔드는 이세돌의 총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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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도전자 결정국
[제7보 (91~105)]
白.李世乭 7단 | 黑.曺薰鉉 9단

하변에 뛰어든 이세돌7단의 특수부대(백△ 두점)가 비명횡사하면서 백의 진영엔 암운이 감돈다. 실리의 피해만이 아니다. 흑▲의 두꺼운 등판을 만들어준 것이 李7단으로선 더 가슴아프다.

曺9단은 여유있게 판을 돌아본다.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이어지더니 그 다음 91이 조용히 떨어진다.

91은 빗장을 치고 못질한 수다.이곳만은 두번다시 쳐다보지도 말라는 수다. 그리고 이 수엔 승부는 끝났다는 曺9단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91은 이후 몰아닥칠 무서운 폭풍을 생각하면 몹시 안이한 수였다.

"91은 멍청했다. A에 두어 중앙 전투에 대비해야 했다."(曺9단)

잠시 후 천지를 뒤흔드는 이세돌의 총공격이 시작됐다. 92, 94, 96으로 좌변 백 대마가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곧이어 102, 104로 또 하나의 전선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曺9단과 검토실은 설마 죽기야 하겠느냐고 태평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진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격의 와중에 실오라기 같은 두개의 작은 미스가 있었다.101로 뛰어나갔을 때 그냥 102로 막아선 것, 이 수는 103 자리에 먼저 파호하는 것이 좋았다. 흑103이 의외로 탄력적인 수였기 때문이다(이세돌은 이 수를 먼저 두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또 105, 이 자리도 백이 먼저 선수해두는 것이 눈(眼)의 탄력을 없애는 수였다. 曺9단은 국후 98, 100의 맥점에 대해서도 흑B,C가 선수로 듣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참고도'는 훗날 만든 것. 일호의 빗나감도 없는 공격수순을 보여준다. 백1, 3으로 파호한 다음 5와 9를 선수한다. 그 다음 11의 양면공격. 이랬으면 진짜 죽을 뻔했다고 曺9단은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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