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으로 살아남은 4명 꼬리부분좌석에 탔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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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험준한 산중에 추락한 JAL123편에 4명의 생존자가 나타난 것은 기적이었다.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올해 8세인 「미끼꼬」양과 12세 「게이꼬」양을 포함해 생존자가 모두여자였다는 사실이다.
비행기날개가 갈가리 찢기고 시체들이 현장 곳곳에 흩어져있을 정도로 이번 추락사고는 처참한 것이었다. 그러한 극한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구조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미끼꼬」양은 불타버린 기체에 몸이 눌린 채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기체는 여객기의 꼬리부분이었다.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있는 「미끼꼬」양 옆에는 어머니 「요시자끼」(34)씨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아이를 어르고있었다. 두 사람 모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다 늑골이 부러지는 등 중상.
역시 기체 틈 사이에 끼어 하반신을 옴쭉도 못했던 「유미」(26)양도 골반골절과 얼굴의큰 상처로 3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할 중상이었다.
구조됐을 당시 4명 모두 희미하나마 의식을 잃지는 않은 상태였다. 특히 「게이고」양은같은 비행기에 탔던 부모의 행방을 찾기까지 했으며 사고순간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말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4명은 한결같이 점보기의 뒤쪽에 좌석을 정했음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파손된 것으로 알려진 오른쪽 맨 뒷문부근의 자리였다. 그 문이 부서졌을 경우 이들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당했을 터인데도 그러한 추정과는 달리 이들은 행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항공에 따르면 네사람 가운데 「게이꼬」양은 비행기 제일뒤쪽인 60번째 열의 D, E, F, G의 한 자리에 부모와 함께 앉아 있었다. 또 「요시자끼」씨는 큰딸 「미끼꼬」양과함께 54번째 열의 중앙부분에, 「유미」양은 왼쪽 56번째 열의 C좌석에 앉아있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후문 파괴가 일어났더라면 기내압력이 급격히줄어들어 이 문 주위에 있는 승객들이 밖으로 빨려나갈 우려가 많다.
73년11월 미 뉴멕시코주 상공에서 엔진 폭발을 일으킨 DC-10형 여객기의 승객 한사람이깨진 창 사이로 빨려나가 사망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들 4명만이 살아 남았는지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일본항공 기술자들은 기체의 뒤쪽은 꼬리날개를 받쳐주기 위해 주 날개에 붙어있는 날개죽지처럼 특별히 단단한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대부분 비행기 사고가 났을 경우 기체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의 피해가 적다는 데이터도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기체가 산중턱에 추락하면서 3번이나 산등성이를 스쳤고 장대같이키 큰 나무와 부딪쳤기 때문에 비행기 뒷좌석의 승객에게는 오히려 충격도가 적었을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비행기앞 좌석이 불안하고 뒷좌석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고의유형에 따라 좌석의 안전도는 변화한다.
72년6월 일본항공의 DC-8형기가 인도 뉴델리를 향해 비행하던 중 활주로 훨씬 앞에서 추락한 적이 있는데 이때는 기체 뒷부분이 하천에 충돌, 오히려 앞좌석에 앉아있던 승객 3명이 살아남았다.
또 77년9월에는 JALDC-8형기가 콸라룸푸르공항에 착륙하려다 부근의 정글에 추락했으나 밀림이 쿠션역할을 해 승객과 승무원 45명이 구조된 적도 있다.
이번 JAL기의 경우 생존자가 모두 여자라는 것도 주목거리다. 미국의 사고통계에서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또 어른보다는 어린이들이 살아남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자가 신체상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까. 일부 의학자들은 여성의 지방·피부·머리카락·가벼운 몸무게 등이 충격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생존자4명은 비행기 추락시 산소마스크와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몸이『기체의 쿠션』부에 부딪쳐 생명을 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것은 마치 고층아파트에서 놀던 어린이가 1층 화단에 떨어져도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예에서도 엿볼수 있다. <동경=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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