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자금 36억 대출사기…조폭 등 57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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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희망자들을 모집한 뒤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자금을 대출 받아 나눠가진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허위 서류를 이용해 주택도시기금을 대출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조직폭력단 2개 소속 조폭 13명을 비롯해 총 5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조폭 A씨(30) 등 21명을 구속하고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달아난 4명은 추적 중이다.

A씨 등은 모집책 5명을 통해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출 명의자 27명과 아파트 소유자 16명을 모집했다. 이후 재직증명서와 입·출금 내역 등 위조한 서류를 은행과 보험사 등 8개 금융권에 제출해 총 36억원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썼다. 대출받은 돈은 조폭 60%, 모집책 10%, 명의자 20%, 아파트 소유자 10% 비율로 나눠가졌다.

경찰은 이들이 채무자의 무자력·사기 등에 의해 연체가 발생할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원금의 90%를 대위변제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심사가 형식적이라는 점을 노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 16곳을 설립한 뒤 대출 명의자의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 금융권의 현장 조사에 대비해 가짜 여직원을 고용했다. 이를 통해 회당 적게는 8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았다.

모집책들은 자신의 친구나 선후배 중 신용등급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판단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들에게 "신용등급을 높여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명의를 썼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권은 관행적으로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 하고 적격·부적격을 판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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