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야당 국회의장 경쟁…문희상·이석현·정세균 등 5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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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에서 14년 만에 첫 야당 국회의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었다. 야당 국회의장은 여소야대였던 16대 국회 후반기(2002년 7월 8일∼2004년 5월 29일)의 박관용 의장이 마지막이다.

초선들 집 찾아가고 전원에게 손편지
일부 “범친노·주류는 불가” 주장도
서청원도 별러…여당 “자율투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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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6선)

경쟁은 5파전이다. 6선의 문희상·이석현·정세균 의원과 5선의 박병석·원혜영 의원이 뛰고 있다. 그동안 “대권과 의장직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해 온 정 의원은 지난 10일 더민주 초선 의원 워크숍장 입구에서 일일이 악수하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석현·박병석 의원은 이미 당 소속 초선 당선자 57명 전원에게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는 등 ‘맨투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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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6선·左), 박병석(5선·右)

한 초선 당선자는 11일 “박 의원이 집에까지 찾아와 놀랐다. 자택 앞에서 박 의원을 만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이석현 의원이 만날 때마다 ‘범친노·주류에서 국회의장이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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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5선)

원혜영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몸싸움 없는 국회를 만들었지만 일하는 국회까진 못 갔다”며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당선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관심은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 측은 그동안 추대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문 의원은 이날도 “국회의장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뽑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 권위를 위해선 후보들 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대비해 준비는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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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6선)

하지만 ‘야당 국회의장’이 현실화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그동안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관례처럼 맡아 왔다. 국회법(15조)에는 “의장·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과반 의석의 원내 1당이 단독 후보를 내면 본회의장에서 찬반 투표로 의장을 정해 왔다. 이름을 잘못 기재할까 봐 투표소에 단독 후보자의 이름까지 붙여 놓고 하는 선거였다. 그러나 여소야대인 데다 원내 3당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20대 국회에선 변수가 있다.

한 석 차이로 더민주에 1당 자리를 넘겨준 새누리당에선 대놓고 국회의장을 차지하겠다고 주장하진 못하지만 “더민주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면 의장직은 우리 차지”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0일 “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따로 맡는 게 옳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선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마무리”를 내세워 준비해 왔다.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기회에 국회법대로 자율 경선을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이런 주장을 펴는 인사가 많다. 정병국 의원은 “여야 구별 없이 입후보해 자율 투표를 해야 입법부 수장으로서 힘도 더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법상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경선으로 뽑는 것이야말로 좋은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율 투표는 이상론으로는 좋은 얘기일지 몰라도 본회의에서 의장을 정하면 현실적으로 여러 난점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민주는 물론 자율 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고영기 당 원내행정기획실장은 “협치가 중요한 20대 국회에서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 몰라도 처음부터 자율 투표를 꺼내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더민주 의장 후보 5명도 모두 “동의할 수 없다”며 “자율 투표를 하려면 ‘여소야대 모면용’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자율 투표를 한다는 각오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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