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진료비 청구에 "함정"많다|7월 시행될 개정안에 비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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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사부가 7월1일부터 시행키로 한 의료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진료비청구업무 간소화, 환자의 병원집중방지 등 효과보다는 보험재정지출의 증대, 의료기관의 진료비부정청구소지 등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보험단체 및 학계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4월17일 입법예고후 사실상 정부안으로 확정돼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절차만 기다리고 있는 이 개정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한결같이 밝히고 있다.
◇의원급 정액제=현재 외래진료비의 30%를 본인이 물던 것을 바꾸어 진료비가 2만원 이하일때는 진료비액수에 관계없이 초진 2천원, 재진 1천5백원으로 정액화하는 개정안은 소액구청의 번거로움을 덜고 본인부담액 산출을 둘러싼 환자·의료기관사이의 마찰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론 보험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고 의료기관의 부정청구소지를 넓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진료횟수에 따라 2천원·1천5백원의 정액수입을 얻게 되는 잇점을 노려 종래 환자가 1회방문때마다 2∼3일분의 약을 주던 것을 앞으로는 매일 오게 하는 방식의 진료를 하게될 우려가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특히 정액제로 진료비의 환자 본인확인과정이 필요없게 돼 의료기관의 진료비부정청구도 더 늘어날 것이란 걱정이다.
현재도 의료기관의 부정청구는 보험재정에 적지않은 손실을 끼치며 자주 말썽을 빚고있다.
◇병원급이상 기본부담제=50% 본인부담 외에 기본진료비조로 병원규모와 지역에 따라 초진 1천3백∼2천원, 재진 1천∼1천5백원씩을 추가로 물리기로 하는 것은 보험환자의 병원집중을 막자는 취지이나 역시 초·재진료비의 수입을 노려 환자들에게 매일 병원을 찾도록 해 큰 불편을 주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입원비 차등제=입원진료비가 1백만원이하일때는 30%, 1백만원이상일때는 현재와 같이 20%로 본인부담률에 차등을 두려는 제도는 환자들이 본인부담차등의 잇점을 노려 1백만원에 약간 못미치는 진료비는 차라리 1백만원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요구, 병원측과 마찰을 빚게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진료비가 99만원일 경우 본인부담액은 그 30%인 29만7천원이나 2만원이 더 많은 1백1만원이 되면 부담률이 20%로 줄어 9만5천원이나 적은 20만2천원이된다.
이는 30%를 무는 67만3천3백원 진료비때 본인부담과 같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치료를 더 받고 1백만원을 넘겨 돈을 덜 무는 편이 이득이 돼 본인부담액이 상대적으로 많고 적어지는 경계선인 70만∼1백만원 사이에서 이같은 유혹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질 전망.
◇전문가의견 ▲유승흠교수(연세대의대)=보사부의 이번 개정안은 명분이 어디있건 실제에선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의보수가로 인한 병·의원 경영압박을 환자부담으로 덜어주려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나 실시후 나타날 결과는 환자부담뿐 아니라 보험재정의 예산이상으로 큰 손실이 예상된다.
예상되는 보험재정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질병종류에 따른 진료비정액제·본인부담률의 차등없는 상향조정·불필요한 입원진료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차라리 보다 좋은 방법일 것으로 본다.
▲장원찬 전국의료보험조합 연합회장=의원급 외래환자정액제는 보험재정의 암적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식당에 가서 1천5백∼2천원만 내고 불고기든 갈비든 아무거나 먹어도 좋다는 논리와 같은 것으로 같은 값이면 대부분이 비싼 음식을 택해 먹을 것은 뻔하다. 다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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