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IS에 사이버 폭탄 …‘모여라’ 가짜 지령 내려 드론 폭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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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사이버전에 돌입했다. 통신 체계에 침투해 지휘 통제망을 마비시키거나, 온라인 송금을 가로채고, 가짜 명령을 내려 피습당하게 만드는 어둠 속의 작전이다. 로버트 워커 국방부 부장관이 “전례 없는 사이버폭탄을 투하하고 있다”고 자평했을 정도다.

해킹으로 송금 가로채 돈줄 끊어
악성코드 심어 명령 엿보고 조작
무슬림 신병 충원 차단 작전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란·중국·러시아·북한 등에 집중했던 미군 사이버사령부가 IS를 겨냥한 새로운 전투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그간 사이버사령부는 막강한 사이버전 역량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적대국들을 상대하며 IS는 사실상 방치해 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비밀리에 개발된 ‘사이버 무기’를 IS에도 투입하도록 독려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IS를 겨냥한 사이버 폭탄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하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탄이지만 제대로 떨어지면 물리적 폭탄만큼 심각한 타격을 준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는 IS의 신병 충원과 모집을 차단하는 정교한 해킹을 추진하고 있다. IS는 그간 온라인 공간에서 해외 무슬림을 끌어 모으는 선전 선동술을 계속해 왔다. 미국이 IS의 충원 해킹에 전력 투구할 경우 IS 지휘관들은 보안이 뚫려 신분이 노출된다는 우려 때문에 충원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은밀한 작전은 IS의 네크워크에 ‘악성 코드’를 심어 놓은 뒤 이를 통해 어둠 속에서 IS의 명령 체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사이버 감청 장비나 다름없는 악성 코드는 일단 심어 놓는데 성공하면 이후 미군은 IS 지휘관의 ‘온라인 활용 습관’을 축적해 결정적인 시점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IS 지휘관을 가장한 가짜 ‘온라인 지령’을 내리거나 진짜 명령을 가로챈 뒤 내용을 조작해 IS 병력을 드론이나 연합군의 공격에 노출되는 장소로 유도하는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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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도 사이버 작전은 효과적이다. IS가 달러를 몰래 숨겨 놓은 창고를 공습하는 게 물리적 공격이라면 사이버 공격은 온라인 송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엉뚱한 곳으로 송금되도록 하는 식이다. NYT에 따르면 사이버 작전은 사이버사령부의 소규모 팀이 주도하는데 그 규모와 조직 체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이 사이버전을 거론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이버전은 그 성격상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다는 자체만으로 상대가 방어에 나서는데다 구체적인 작전 내용이 노출되면 다시 사용하는 게 어려워 쓸모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IS 격퇴전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시리아에 미군 250명 추가 투입”=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 250명을 시리아에 추가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시리아 추가 파병안은 유럽 순방 일정의 하나로 독일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독일 북부 도시 하노버에서 연설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시리아에 파병된 특수부대원 50명을 더하면 시리아에 파견되는 미군은 총 300명에 달하게 된다. 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과 시리아 락까 등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각각 테러를 벌인 바 있다.

미군의 시리아 파병 확대는 IS 대응과 관련해 미군을 전쟁 지역에 보내기 꺼려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대치된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전 세계 주요 사이버 공격
2010년 9월   미국·이스라엘,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스턱스넷 바이러스로 공격
2009년 7월   북한, 한국 정부와 언론사·은행 등 사이버 공격
2008년         러시아, 남오세티아·아제르바이젠·조지아 사이버 공격
2007년 9월   이스라엘, 시리아 핵시설 공격 전 사이버 공격으로 방공망 무력화
2006년         이스라엘, 레바논 헤스볼라와의 분쟁 때 사이버 공격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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