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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고장에선…] '무농약 쌀' 판로 뚫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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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 화천군 친환경쌀연합작목반은 이달 들어 무농약 쌀 생산 논을 분양하고 있다. 도시 사람들을 상대로 오리를 이용한 농법으로 재배해 쌀 한가마(80㎏)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60평 규모의 논을 27만원에 사전 분양하는 것이다.

이 작목반이 한가마에 25만원을 받을 수 있는 오리농법 무농약 쌀을 수확해 판매하는 대신 사전에 논을 분양키로 한 것은 마땅한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천군 관내 7개 작목반의 친환경농법 논은 1백8㏊에 친환경쌀 예정 생산량은 5백여t. 그러나 화천군이 올해 생식업체에 납품키로 배정받은 물량은 유기농쌀 50t과 무농약쌀 35t에 불과하다. 특히 무농약쌀 납품량이 적어 작목반 관계자는 적어도 2백여t이 남아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으나 쌀의 경우 상당수 작목반이 마땅한 소비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마을은 도시 지역과 결연해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으나 성사가 불투명하다. 가을 수확기까지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일반 쌀 값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화천군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여개 마을에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홍천군의 경우 남면 명동리와 서면 두미리 등 일부 유기농 마을을 제외한 상당수 마을이 무농약 쌀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홍천에 가장 먼저 친환경농업을 도입한 친환경청정쌀생산자연합회 연익흠(51.남면 명동리) 회장은 "친환경농업 마을이 늘어나면서 홍천군에서만 올해 5백t 정도의 무농약 쌀이 남아돌 전망"이라며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할 경우 정미소에 일반벼 값으로 수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여개 마을이 친환경농법을 하고 있는 횡성군의 경우도 한살림에 납품하는 공근면 공근리와 이롬라이프에 납품하는 둔내면 영랑리를 제외하고는 판로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청일면 유동3리, 안흥면 성산리 등에서는 도시의 환경단체 등을 마을로 초청, 결연을 통해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오리농법을 도입한 양구군 해안면 오유2리의 경우 올해부터 무농약쌀을 수매하지 않는다고 해 유기농으로 전환했으나 아직 정식 계약이 안돼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50㏊의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양구읍 학조리의 경우 판로를 군에 의지했으나 여의치 않자 도.농 직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다.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이장 임경래(46)씨는 "지난해의 경우 일반 벼보다 가마당 1천~2천원 더 비싸게 일반 정미소에 쌀을 팔았지만 일반 벼를 재배할 때보다 인건비가 더들고 생산량 감소한 것을 계산하면 수지를 맞추지 못했다"며 "올해는 마을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금씩 판매 계약을 하고 있을 뿐 대량 소비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농업정책담당 이상호씨는 "친환경농업의 최고 단계인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쌀은 현재 생산량에 관계없이 판매할 수 있다"며 "저농약과 무농약 등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마을을 단계적으로 유기농으로 전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내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 대상으로 선정된 쌀 재배 농가는 지난해 2백57가구(2백37㏊)에서 올해는 9백22가구(9백40.9㏊)로 3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이는 직접지불제 대상으로 선정된 농가일 뿐 실제 친환경농법으로 쌀 농사를 짓는 농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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