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 잡을 「독극물」수사|어제 또 협박전화 두 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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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식품회사 독극물 협박사건수사본부는 31일하오 삼양식품본사 (서울수송동정의1)에 『보복하겠다』 는 협박전화가 두 차례나 걸려와 신씨 이외에 또 다른 협박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별개의 협박조직수사와 신씨의 공범 추적 등 두 갈래로 수사를 강화하고있다.
경찰은 삼양식품회장비서실에 협박전화를 건 서울말씨의 40대 남자가 해태제과에서 차례 협박편지를 보낸 「이길남」을 자칭하고 있어 이 협박전화가 장난기 있는 시민의 편습범행 이라기보다는 별도 범죄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짓고 「이길남」 「오영권」 「최춘식」 등 나머지 협박편지 7통에 나타난 5건에 대해 수사력을 기울이고있다.
경찰은 삼양식품협박전화 내용을 극비리에 녹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목소리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TV와 라디오를 통해 공개키로 했다.
경찰은 신씨의 공범관계인하수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교도소동기 10여명을 추적하는 한편 82년부터 부산에 살다 최근 서울로 이사온 신씨의 형·부인 등 가족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또 사건공개 후 종적을 감춘 김모씨 (32·여·강원도 홍천)의 소재를 찾고 있으며 사건전후 기원에서 함께 바둑을 두며 밀담을 주고받은 부산말씨의 40대 남자도 추적하고있다.

<협박전화>
31일 하오 4시 38분쯤 서울수송동정의1 삼양식품본사 회장실에 「이길남」을 자칭하는 4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 비서실의 손명수 비서역(40)이 받자 『회장실이냐』고 물은 뒤 『보복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27분 뒤인 하오 5시5분쯤 같은 남자의 전화가 다시 걸려와 손씨가 수화기를 들자 1분 동안 같은 내용을 되풀이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두 번의 통화는 공증전화인 듯 잡음과 차량소음이 많이 들렸다.
경찰은 지난28일 삼양식품사장실에 협박전화가 걸려온 후 전화기에 녹음장치를 해두어 이날 통화내용을 모두 녹음할 수 있었다.
지난28일 하오3시18분 쯤에는 삼양식품사장 비서실의 김성숙양(24)이 전화를 받자 40세쯤의 쉰 듯한 여자목소리로 『제품에 독극물을 넣겠다. 두고보자』는 두 마디를 한 뒤 전화를 끊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구속된 신씨와는 별개 협박조직임을 과시하려는 「이길남」 의 전화이거나 ▲시민 장난 ▲회사에 감정을 가진 자의 소행 등 가능성에대해 수사하고 있다.

<공범수사>
◇구치소 동기추적=신씨는 82년부터 재일동포 이모씨(61)에게 공사하청을 미끼로 두 차례에 걸쳐 6천 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6월2일 구속돼 8월28일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80여일 동안 서대문구치소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사귀며 범죄를 구상, 모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추정은 신씨가 보낸 6통의 협박편지와 나머지 7통의 편지에 「전과자 조직」 이라는 문귀와 전문법률용어 등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신씨가 수감돼 있는 동안 가깝게 지냈던 구치소동기 10명의 명단을 파악, 소재 추적에 나서는 한편 당시 신씨를 면회 왔던 인물에 대해서도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행적 수사=신씨는 사건이 공개된 지난26일 밤 부인과 동생 등 가족들에 의해 범행이 들통나자 27일 새벽 증거물인 예금통장과 도장 등을 처분하고 집을 나갔다.
◇기원수사=매일 신씨와 함께 서울 용두동 제일기원에 나타나 함께 바둑을 두던 30대 후반의 남자가 신씨가 검거된 후 자취를 감춰 경찰은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적하고 있다.
기원관리인 김용옥씨(29)는 신씨가 부산말씨의 이 남자와 지난달 10일 이후 비슷한 시간에 나타나 하오 11시까지 바둑을 두었다고 말했으나 신씨는 경찰에서 『기원에서 만난 사이』 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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