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시키면 두 마리 오는 거기!"···배달 치킨 만족도 1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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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리는 성스러운 것이니 가장 노고가 큰 자에게 그 영광이 돌아갈지니라. 비록 목이라 할지라도 한 점의 살도 남기지 말지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치렐루야 십계명’의 한 구절이다. 배달 치킨을 먹을 때면 할렐루야를 외칠만큼 기쁘다고 해 ‘치렐루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우리나라엔 3만6000여 개의 치킨집이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에 맞먹는 숫자다.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9억 마리,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2.6kg에 이른다. 1980년대 2.4kg에서 35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 치킨이 생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시켜먹는 외식메뉴였다면 이젠 전 국민이 즐기는 대표 먹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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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공화국’ 국민의 가장 큰 고민은 ‘어느 업체에서 어떤 메뉴를 시키느냐’다. 오밤 중에 시켜먹는 바삭한 치킨은 ‘하느님과 같이 거룩한 존재’라 하여 ‘치느님’이라고 부르는데 섣불리 정할 순 없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시식 후기를 찾아보고, 드라마 여주인공이 맛있게 먹은 그 브랜드를 떠올리기도 한다.

수십 여곳의 프랜차이즈 업체 중 마음이 가는 곳을 골랐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 다음은 우리 동네 가맹점이 얼마나 맛있게 본래의 맛을 구현하는지에 대한 맛평가다. 치킨업체가 제 아무리 맛있는 신메뉴를 내놨다고 해도 가맹점주에 따라 맛과 서비스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먹음직스러운 치킨 광고를 보고 주문했다가 동네 사장님의 알량한 인심에 업체 전체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매장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10곳을 이용하는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다. 각 업체 별로 200명의 손님에게 음식 맛과 가격 정도는 물론 배달 서비스의 정확성, 직원 친절도 같은 항목에 점수를 매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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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종합만족도 3.53점(5점 만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이 업체는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치킨 한마리를 시키는 가격에 두마리를 주는 전략을 내세웠다. 합리적인 가격 면에서는 압도적인 1위, 배달 서비스에서도 1위였지만 직원서비스(5위)나 음식 맛(7위)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호식이두마리 치킨 관계자는 “1인1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치킨 한 마리를 두 명이 먹기엔 부족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매장을 운영하지만 배달원 수를 많이 확보해 신속하게 배달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맛에선 높은 평가를 받아도 가격 만족도가 낮으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BHC치킨과 네네치킨·굽네치킨은 음식 맛에서는 각각 1~3위를 차지해 상위권에 올랐지만 종합만족도 순위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맛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치킨은 언제나 옳다’는 공식이 적용될 만큼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그래도 유난히 ‘땡기는 날’이 있다. 월드컵·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 몸과 마음이 가벼운 금요일, 바람이 선선한 여름의 어느 저녁날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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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SNS상에 언급된 외식 메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치킨 언급량이 증가할 때 행복함을 표현하는 횟수도 잦았다. 쾌적한 날씨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치킨을 더 찾는다고 한다. 이 업체는 치킨 언급량과 행복을 지표화한 ‘치킨지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행복한 날엔 뭐든 맛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치킨은 언제나 옳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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