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첫 한옥호텔…이부진 4전5기 숙원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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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인근에 한옥호텔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신라호텔이 전통한옥호텔을 짓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3일 발표했다.

전통호텔 짓는 호텔신라

한옥호텔은 현재 신라호텔 본관 인근의 신라면세점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어진다. 지하 3층~지상 3층에 총 91실 규모(연면적 1만9494㎡)다. 각각 높낮이가 다른 한옥들이 한데 모여 있는 형태가 된다.

기존 면세점은 40% 규모를 넓혀 한옥호텔과 별개로 지어지는 부대시설 건물에 들어선다. 이 호텔이 완공되면 국내 최대 규모이자 서울 최초의 전통한옥호텔이 된다. 현재 전남 여수와 인천 송도 등에 소형 한옥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한옥호텔 설립을 위해 처음으로 ‘전통호텔의 기준’을 만들었다. 우선 한옥의 기단부(집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는 콘크리트로 다지되 기단 상부는 전통 목조구조로 하고, 지붕은 한국식 지붕 틀과 기와를 사용해야 한다. 처마 길이는 1.2m 이상이어야 하고, 외벽은 점토벽돌·와편·회벽 등으로 칠한다.

창호는 세살창호(가는 띠로 촘촘히 짜넣은 창살), 창호재료는 단열목재를 사용해야 한다. 또 대청에는 연등을 설치해야 한다. 방은 한지로 마감하되 바닥은 타일이나 목재로 깔 수 있다. 호텔신라는 2022년 호텔을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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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46·사진) 호텔신라 사장은 5번째 도전 끝에 서울시의 허가를 따내 전통한옥호텔을 짓겠다는 숙원을 이루게 됐다. 호텔신라는 2011년 비즈니스 호텔을 지으려고 했지만 해당 부지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신규로 호텔을 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1년 자연경관지구 내라도 한국전통호텔에 한해서는 건축이 가능하다고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호텔신라는 2012년 한옥호텔 건립안을 제출했지만 ‘한옥 호텔과 무관한 신라호텔을 위한 주차빌딩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2012년과 2015년 도시계획위원회에 오르지도 못한 채 반려됐고, 2013년과 2016년엔 안건이 올랐지만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장 논란이 된 건 신라호텔 정문인 흥화문과 부지 내 박문사 계단의 철거 여부였는데 결국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며 “일대의 교통 혼잡을 대비해 호텔 차량 출입구도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호텔신라는 한옥호텔의 지하·지상 2개 층을 줄이고 최고 높이도 15.9m에서 11.9m로 낮췄다. 공공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당시 제시한 4000㎡ 부지의 기부채납과 공원 조성에 더해 도성탐방로 야간조명과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대형버스 18대 규모의 지하주차장도 추가하기로 했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제대로 된 한국의 전통호텔을 지어서 한옥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결된 건립안에 따르면 한옥호텔과 한양도성의 거리는 기존 9m에서 29.9m로 넓어져 여유공간을 늘렸다. 무엇보다 호텔신라가 장충체육관 인근 낡은 건물 밀집지역을 매입해 이를 헐고 정비할 계획이어서 한옥호텔과 한양도성을 오가기 쉬워진다.

이제원 서울시 2부시장은 “2011년 조례 개정 후 자연경관지구에 호텔 건립 허가가 난 건 처음”이라며 “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김나한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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