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응천 "문재인, 우리 식당에 질리도록 찾아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사 이미지

서울 서교동 해산물요리점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안효성 기자]

‘홍대앞’으로 잘 알려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이면도로 앞 건물.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해산물요리점에서 식당 예약전화를 받고 있었다.

더민주의 영입작전 뒷얘기 공개
홍대 앞 부인과 하는 해산물요리점
양정철 등 문재인 측근이 먼저 접근
조, 라디오서 영화 ‘내부자들’ 언급
“손모가지 잘린 이병헌, 나와 오버랩”

조 전 비서관은 더민주 입당 회견을 마친 뒤 오후 5시부터 여느 때처럼 식당 영업을 시작했다.

2일 저녁 기자가 찾아갔을 때 조 전 비서관은 “오늘 더민주 입당 회견 때문에 예약전화 26통을 놓쳤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테이블 손님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조 전 비서관은 입당 회견에서 “식당을 하지 않았으면 입당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기자에게 “문재인 (전) 대표가 질릴 정도로 찾아왔다. 와~ 질릴 정도였다. 잘 모르는 분들도 식당에 와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잘 모르는 분’은 문 전 대표의 측근들이었다. 조 전 비서관의 영입을 처음 제안한 것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될까요?”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양 전 비서관은 당 사람들과 식당을 자주 찾아가면서 ‘작업’에 들어갔다.

양 전 비서관과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한번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서빙하던 조 전 비서관과 눈이 마주쳤다. 눈빛이 강렬하더라. 때를 놓칠세라 ‘영화감독이시냐’고 말을 건넸더니 ‘검사 조응천’이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그렇게 측근들이 ‘작업’을 선행한 뒤 문 전 대표가 직접 식당을 찾아가 설득했다.

이날 조 전 비서관은 기자에게 “나는 조직과 제도에 충성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패거리에 대한 충성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죽어도 패거리는 안 한다. 다른 쪽에 충성하면 내쳐지지만 나는 언제라도 내쳐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문재인

-전직 청와대 핵심 비서관으로 해당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야당으로 옮겼는데.

“내가 청와대를 저격하고, 안에서 있었던 일을 누설하고 그런 것을 원했다면 더민주에 오지 않았을 거다. 더민주도 그런 일을 요구할 정도로 천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민주가 강해지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해서 입당했다.”

-어떤 역할을 할 건가.

“더민주를 외눈박이가 아니라 두눈박이로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 거다.”

-입당하면서 ‘레테의 강’(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을 건너는 순간이라고 한 이유는.

“정부·여당에 절망을 느꼈고, (더민주에) 변화의 희망을 봐서다. 자기반성과 개혁을 하면 결국 정책 정당,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그는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안상구 역)을 갑자기 강간범 등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매몰시켜버리는데, 저와 오버랩을 시킨 적이 있다. 손모가지 잘린 이병헌…”이라며 “그쪽(청와대)의 대응은 예전에도, 지금도 같은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어째 참 하시는 일들이 좀 이상하고, 납득이 안 되고, 자꾸 책임을 안 지려고 하고, 통상의 생각보다는 거꾸로 가고, 또 탓을 남한테 돌리고 이런 게 계속 반복이 되는 것 같아서 참 속이 많이 상했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에선 “대한민국 국민의 상식이나 인간적인 도리 차원에서 (더민주행은) 상당히 부적절한 처신”(박민식 의원)이라는 비판이 이틀째 나왔다.

안효성·위문희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