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재정 쪼들리자, 국유기업 세일 나선 푸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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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유기업 매각에 나섰다. 저유가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자 국유기업을 민영화해 목돈을 쥐어보겠다는 것이다.

조선 등 굵직한 7곳 민영화 추진
시장 안 좋아 성공할지는 미지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7개 국영기업 대표가 모여 민영화 계획을 논의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각 목록에 이름을 올린 ‘주식회사 러시아’의 굵직굵직한 국유기업은 ▶석유업체 로즈네프트와 바쉬네프트 ▶철도회사 러시아레일웨이즈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국영은행인 VTB ▶조선업체인 소브콤플로트 ▶다이아몬드 광산인 알로사다. 해당 기업의 지분은 러시아 국내 기업에만 매각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수년간 소규모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푸틴이 대통령직에 복귀한 2012년 이후 민영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푸틴이 국유기업 매각 카드까지 꺼낸 것은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며 러시아는 이미 한계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1~11월 러시아의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루블화 가치는 11.78%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15.8%나 치솟았다.

나라 살림은 팍팍해지고 있다. 2014년까지 러시아 정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비중은 지난해 43%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 경우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 맞추려는 러시아 정부는 5000억~1조 루블의 지출을 삭감하거나 추가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올렉 코즈민 르네상스캐피털 연구원은 “ 민영화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푸틴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해당 국유기업의 반발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 유럽계 은행 대표는 FT 에 “ 현실적으로 민영화 가능성이 있는 곳은 소브콤플로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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