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남부지방 사투리 모은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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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는 뭐이 그라(저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지 얘기를 한번 들으면 꼬지이 마를 파는 아다(꼬치꼬치 캐묻는 아이다).'

한 지방공무원이 9년의 노력 끝에 낸 '강원도 영동 남부지방 방언' 에 수록된 예문이다.

삼척을 중심으로 동해.태백 등 영동 남부지역 사투리를 찾아 정리한 주인공은 강원도청 유통특작과 이경진(54.李敬鎭)과장. 李과장은 최근 7천여종의 사투리를 모아 풍부한 예문과 함께 사전식으로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6백56쪽인 이 책에는 비속어는 물론 은어.고어.특수 관용어구 등 '삼척권 사람'들이 사용했던 일상 용어가 수록돼 있다. 李과장은 1950~70년대의 사투리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사투리를 가나다 순으로 배열하고 뜻과 다양한 예문도 실었다. 예문은 가급적 재미있는 표현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향토문화.관광지.향토인물 등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논어.명심보감.목민심서 등의 구절들과 고사성어.속담.격언 등도 함께 수록했다. 표준말에 대한 사투리 색인을 별도로 붙였다.

"어린 시절 늘 듣고 말했던 고향의 투박하고 정감어린 말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고향 사투리를 책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스무살 때 삼척을 떠난 李과장이 고향의 사투리에 관심을 갖고 자료 수집을 시작한 것은 94년. 하나라도 더 보존하겠다며 '척주지(陟州志)' 등 사료를 찾고 고향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 사투리를 모았다. 그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사투리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항상 메모지를 지니고 다닌 그는 춘천시 퇴계동 집에서 도청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는 90여분 동안 고향 사투리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말들을 메모했다. 고향말에 대한 그리움에서 책을 냈다는 그는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해 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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