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너진 인천공항 보안시스템, 누가 책임질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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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세계를 잇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순식간에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2명이 공항 출국장을 유유히 빠져 나와 밀입국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흘 만에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2중·3중의 보안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인천공항은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국가 주요 시설이다. 그런데도 30대 중국인 부부가 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 21일 새벽 공항 3층 면세구역을 통해 3번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14분 남짓이었다. 어이없게도 닫혀 있어야 할 공항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섯 개 출국장 중 4번 출국장을 빼고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하도록 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야간 보안직원이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가운데 공항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출입문 잠금장치도 쉽게 뜯겨져 나갔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한 사실이 이틀이 지난 다음에 파악됐다는 점이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이 21일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항공사로부터 통보받고도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항공사 측에 폐쇄회로TV(CCTV) 확인을 요청했다.

 인천공항은 연간 450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드나드는 대한민국의 제1 관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경과 다름없는 곳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인 테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공항은 위험인물의 국내 입국을 걸러내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중국 민간인이 아니라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범이 들어왔다면 아찔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난해 IS를 추종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외국인이 붙잡혔고, 지난 15일엔 아랍어로 국내 공항을 폭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어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출국심사장 문은 운영 종료 후 출입을 통제하고 ▶이중 잠금 조치를 하고 ▶적외선 감지 센서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내놓은 이 정도 대책으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 합동으로 보안시스템 전반을 원점부터 재점검하는 등 범정부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의 낙하산 논란과 관련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창수·박완수 전 사장이 잇따라 선거 출마를 이유로 임기 중 사퇴하면서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공항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공항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의 뼈아픈 반성과 대책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