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제 중국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노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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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빈 집행주석은 “문화엔 국적이 없다. 중국과 한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경빈 기자]

“중국의 문화산업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으나 K팝 스타의 중국 공연은 2014년 하반기부터 거의 사라지고 있다. 한류(韓流)는 이제 중국의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를 노려야 한다.”

장빈 도시문화발전연맹 집행주석
K팝 스타 중국 공연 거의 사라져
시장이 뭘 원하는지 철저히 조사를

 장빈(張斌·50) 중국 도시문화산업발전연맹 집행주석의 말이다. 그는 중국 문화 정책 분야의 주요 인사다.

2005년 일본 아이치(愛知) 엑스포 때 중국관 총감독을 맡았고 현재 중국 문화부 세계민족문화교류촉진회 상무이사로 있다. 한중미래연구원(원장 신정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중 문화산업을 어떻게 공동 발전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그를 21일 만났다.

 - 중국이 문화산업을 중국의 지주(支柱)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이유는 무언가.

 “중국 제조업은 현재 과잉 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젠 무공해의 문화산업을 키우자는 게 중국 당국의 생각이다. 1인당 GDP가 5000달러일 때 문화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중국은 지난해 7000달러에 도달했다. ”

 - 중국은 문화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인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문화는 해외로 나가고 또 해외 문화는 중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문화가 국제 문화와 한데 어울려 발전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과거 문화를 인민을 계도하는 수단으로 여겨 문화사업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문화를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이젠 문화산업이 문화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 중국 내 한류 열기는 어떤가.

 “201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K팝 스타에 의한 중국 내 공연은 거의 사라졌다. 이따금씩 중국 TV에 나오긴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중간 브로커의 횡포가 심해지면서 한국 스타의 몸값이 너무 오른 게 문제다. ”

 - 한류가 중국에 진출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우선 중국 정부가 공개한 문화 관련 정책을 정확하게 해독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젠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를 노려야 한다. 대도시는 모든 게 다 포화상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중국 시장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현지 조사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 중국 문화산업계가 거대 자금을 앞세워 한국의 유명 감독이나 배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쁜 일은 아니다. 한·중 양국이 각자의 우위를 주고 받으며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 당국이 중시하는 영화와 TV 드라마, 스포츠 산업, 애니메이션과 게임, 공연 부문에서 중국과 한국은 힘을 합쳐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글=유상철 중국전문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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