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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추적] 의원 285명 지난해 정치자금 씀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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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구내식당 1만2000원, 주꾸미집 4만2000원, 부침개집 5만원…'(초선 N의원), 'S호텔 식대 200만원, P호텔 투숙비 197만원…'(3선 K의원).

두 국회의원이 "지난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 차례 간담회를 열 때마다 쓴 돈"이라며 최근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영수증 내역 중 일부다. 2004년 4.15 총선을 통해 등장한 17대 국회의원의 서로 다른 씀씀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초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법인.단체한테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연간 후원금 모금한도 역시 16대 국회의 절반(3억원→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이 부족해 너무 힘들다" "이만하면 지장 없다"는 등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모금 한도.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17대 국회 1년을 맞아 정치자금의 지출 구조와 의원들의 재정 상태 등을 세 단계로 검증해봤다.

*** 1인당 7800만원 쓰고…개인 용도 지출 많아

본지는 후원회를 연 의원 285명의 2004년도 공식 회계보고서(선관위 제출)를 입수해 이들이 지난해 정치자금을 얼마나 썼는지 확인했다.

의원당 평균 지출은 7818만원. 16대 총선이 치러진 2000년(1억560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돈은 정치 후원금.기부금에서 나온 순수한 정치자금이다. 따라서 의원이 선관위에 보고하지 않고 쓴 지출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의원별로 차이가 컸다. 2억원 이상을 쓴 의원이 42명인 반면 5000만원 미만의 지출자는 183명이었다. 고비용 정치구조는 다소 개선됐지만 지출 내역을 세밀히 살펴보면 17대 국회 역시 '정책 국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의정활동에만 써야 할 후원금 등을 아파트 전세자금과 골프비, 친목회비, 차량위반 범칙금으로 쓴 의원이 많았다. 정책개발비 지출은 극히 적었다.

*** 통장엔 평균 4900만원…의원별 '잔액 빈부차' 심해

각 의원이 정치자금을 쓰고 얼마나 남겨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의원.후원회 명의 통장을 들여다 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잔액은 4900만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돈에 쪼들려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비해서는 예상보다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정치활동 규제가 심해 법을 엄격히 지킨다면 사실 쓸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별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1억원 이상 돈을 남겨둔 의원은 34명. 반면 42명은 통장에 1000만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같은 당내에서도 다선(多選) 의원과 초선 의원 간에 차이가 심했다. 3선인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통장에 6억3803만원을, 같은 당 박순자(초선)의원은 84만원을 각각 남겨두고 있었다.

*** '활동에 지장 없어' 62%…"모금한도 현행대로" 70%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이 부족한지 물어봤다.

설문 응답자는 205명. '부족하지만 활동에 제약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는 답변이 44.8%, '부족하지 않고, 활동에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는 의원이 17.2%였다. '정치자금이 부족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답변은 34.4%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정치자금 규모가 활동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응답자의 62%였다. 정치자금 모금한도에 대해서는 '그대로 둬야 한다'(69.6%)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도액을 올려야 한다'거나 '상한을 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은 각각 23.9%, 5.8%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후원회를 둔 의원 285명 가운데 후원금 모금한도의 절반도 못 채운 의원은 58.6%. 이들 의원은 상한을 올리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탐사기획팀

◆ 탐사기획팀 = 정선구 (차장).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 기자.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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