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과속 범칙금 116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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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

미국 전역에서 교통 사고를 줄이기 위한 범칙금 폭탄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도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범칙금 인상이 있었지만 이번엔 수도 워싱턴DC가 ‘1000달러(116만원) 범칙금’을 예고하며 다시 이슈가 됐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 교통부는 교통 신호·법규 위반에 물리는 범칙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공개했다. 제한 속도가 25마일(40㎞)인 도로에서 추가로 25마일을 초과해 과속할 경우 범칙금이 현행 300달러(35만원)에서 1000달러(116만원)로 3배 이상 오른다. 차가 운행하는 자전거를 치면 범칙금이 현행 50달러에서 500달러로 10배 인상된다.

구급차·버스 운행 방해하면 58만원
바우저 시장 “10년내 교통사고 제로로”
애틀랜타·캘리포니아도 벌금 올려
언론 “세수 늘리려는 꼼수” 비판도

 새로운 범칙금도 추가됐다. 교통사고 수습 현장에서 교통 흐름을 막으면 500달러, 문화센터와 노인복지관 주변에서 과속하면 100달러를 내야 한다. 긴급 상황으로 출동한 구급차·소방차·경찰차의 운행을 방해하면 500달러가 부과되고, 버스가 주행 도로에 진입할 때 양보하지 않아도 500달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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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당국은 교통 사고를 줄이려면 범칙금 인상과 같은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2024년까지 교통사고 사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비전 제로(Vision Zero)’를 정책으로 내걸었다. 테리 오웬스 시 교통과 대변인은 “교통 법규 위반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기 위해 사법 당국에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역에선 교통 안전을 이유로 범칙금 인상이 잇따랐다.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지난 7월 교통 범칙금을 올렸다. 신호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에 따른 부과액을 189달러에서 250달러로 올렸다. 캘리포니아주는 범칙금에 추가되는 법원 운영비, 주 정부 수수료 등의 각종 부과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캘리포니아주 교통청은 웹사이트에 “추가되는 각종 수수료로 인해 35달러짜리 범칙금 딱지가 실제로는 146달러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교통청은 음주 운전에 대해선 “첫 적발 땐 벌금 총액이 5000달러(580만원) 안팎”이라고 경고한다.

 일각에선 범칙금 폭탄이 세수를 늘리려는 꼼수라고 반발한다. 워싱턴DC의 범칙금 인상안을 놓곤 WP는 “일각에선 워싱턴시가 (워싱턴으로 출퇴근하는) 인근 주의 주민들에게 세금을 물리려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달 범칙금을 내지 못해 운전 면허를 정지당한 뒤 직장에서 해고된 프레드릭 제퍼슨의 사연을 전하며 “(체납으로) 범칙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5000달러가 됐다”고 보도했다.

 ◆핀란드선 범칙금이 고급차 한 대 값=교통 법규 위반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나라는 핀란드다. 똑같이 교통 법규를 위반해도 소득에 따라 범칙금 액수가 달라진다. 지난 4월 연 소득이 656만 유로(77억원)인 핀란드 사업가가 과속으로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에 해당하는 5만4024유로(6300만원)를 범칙금으로 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제한 속도가 시속 80㎞인 도로에서 103㎞로 달리다 부과된 액수다. 호주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 등 일부 주는 벌점을 두 배로 부과하는 ‘이중 벌점제’를 도입해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유진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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