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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통속소설」이 범람하고 있다"|권영인씨 『예술과 비평』지서 통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통속소설이 범람하고 있는것이 우리문학에서의 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중을 위한 건전한 대중소설이 적고 대중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대중을 통속으로 몰아가는 소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것이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씨는 최근에 나온 계간 「예술과 비평」지에 「대중소설과 통속소설」이란 제목의 평론을 싣고 「문화의 대중화 경향을 통속화 과정으로 오도하고 있는」 통속소설이 대중들에게 결정적인 정서적 파탄을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통속소설의 특징을 소설적 언어의 감각화·비속화 현상과 소재의 신기성에의 치중에서 찾고 있다.
일상어의 감각화 현상은 70년대 상업주의 소설에서 발견된것으로 경험적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문제삼는 산문을 감각적으로 만들어 감각에의 탐닉을 조장한다고 권씨는 보았다. 환상적인 감각에 빠져들경우 삶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는것.
언어의 비속화 현상은 최근 베스트셀러로 독자층의 관심을 끌어온 소설가 K모씨 의한 작품에서 찾아내고 있다. 폭력을 정의처럼 위장하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에게 일상적인 인간과는 다른 여러가지 예외성을 부여하고 있고 따라서 사회현실의 문제성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예외적 인물의 특수한 상황으로 한정된다. 이러한 예외성으로 인해 이 작품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쉽게 읽히고 있으나 독자들이 모두소설적 상황에서 자신을 제외시킨 채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구경만하고 있으며 그렇기때문에 문제성을 제시하지 못하고있다. 권씨는 이러한 가운데 사실성을 부여하려고 오염된 언어의 쓰레기장이라고 할만한 욕설과 거북한 속어를 동원하고 있는 이 소설에선 문학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재의 신기성에 대한 통속소설의 기울어짐도 지적되었다. 권씨는 소설은 평범한 인물의 일상적인 삶을 대상으로 삼지만 그러나 그 일상적인 삶에서 인간존재의 의미와 사회현실의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는 것임을 말했다. 그는 한 개인을 통해 사회전반의 삶을 볼수있고 사회의 한국면을 통해 전체사회의 모든인간의 삶이 문제화 되기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인 삵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덕적 관습에서 벗어나는 행위, 충격적인 사건 등이 통속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것은 이러한 신기성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나왔다는 것.
소설의 통속화는 우선 작가자신의 상업주의적 욕망에서 생겨난다고 권씨는 지적했다. 작가는 독자대중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으며 독자대중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작품이 어떠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수요를 창출하거나 높이기 위해 소설을 창작하려할 때 작가는 상품생산자가 되는것이며 소설을 통해 개성있는 예술적 가치를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더 절망적인 경우에는 작가가 독자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자신의 상업적 이득을 위해 마음대로 조작하려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통속소설의 범람은 물질적 풍요만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또 자기의식의 주체로서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 대중의 요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점도 간과될수 없다. 권씨는 우리사회가 복잡한 인간의 삶에서 벗어나 눈을 감고 편안히 눕고 싶어하는 대중이 증가되는 상황이라면 통속소설의 범람 또한 막아내지 못하게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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