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전담 변호사 50여 명 … 재정난은 풀어야 할 과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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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14면

염형국 변호사는 전업 공익 변호사 1호다. 염 변호사는 2003년 사법연수생 때 당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e메일로 풀타임 공익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물었고, 아름다운재단에 채용됐다. 그는 3년 전 아름다운재단에서 독립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나오기 전 가족들에게 돈을 못 벌더라도 공익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공감은 그 꿈을 이뤄준 곳이죠.”


공감에는 염 변호사처럼 사회공헌의 길을 선택한 7명의 변호사가 더 있다. 각자 장애인,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여성, 이주노동자, 소수자 등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난민과 이주노동자 등을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선 김종철 변호사 등 네 명이 활약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변호사공익대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로펌 산하 공익활동재단도 로펌의 폭넓은 자원을 활용해 공익단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지원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의 공익재단 ‘두루’ 강정은 변호사는 “지평의 변호사들은 공익활동 의무시간을 변협이 요구하는 연 20시간 외에 추가 시간을 약속하고 입사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기금을 내야 하는데 80% 이상의 변호사가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공익모임 ‘나우’(이사장 김용담 전 대법관)는 회원들로부터 연 1억원 정도의 기금을 모아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법조계 유일의 공익 펀딩그룹이다.


변호사법 제1조에선 변호사는 인권 옹호와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탓에 많은 변호사가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공익전담 변호사들은 이런 사익 추구 경쟁을 애초부터 거부한 이들이다. 현재 공익 전담 변호사는 50여 명 정도다. 이들은 두 달에 한 차례씩 만나 공익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감은 재정난에 시달려 출범 후 처음으로 올해 기부금 모금 행사를 했다. 200여 명의 정기 후원자를 추가로 모았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기부자들이 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주제를 정한 프로젝트 펀딩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홍훈 전 대법관은 “대한변협과 법무부 등이 나서 변호사들의 사회공헌을 지원할 시스템과 재원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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