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필의 미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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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0면

‘Untitled’(2013), Acrylic on canvas, 91 x 117 cm

‘Untitled’(2014), Acrylic on canvas, 159 x 212 cm

그의 그림은 얼핏 몽글몽글하다. 뚜렷한 형태도 없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놀라게 된다. 커다란 화폭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는 가느다란 선들은 작가의 노동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말없이 보여준다. 나뭇 잎사귀의 엽맥을 현미경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또 하나의 우주가 그 속에 있다. 달항아리 형상의 그림 앞에서 김홍주(70) 화백이 물었다. “여기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보이나요?” 선뜻 그 흔적을 찾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금강전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느껴지는 것은 금강산의 소나무 가지를 스치는 맑은 바람결의 흔적뿐.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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