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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살인 무기’를 고발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미군과 CIA의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들, 비인간적 공격으로 무고한 희생자 많다고 폭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역사적인 선거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미국 최초의 드론을 이용한 공격 후 7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악한 적에 맞서도 미국은 전쟁 수행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와 적의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그런 이상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패한다.”

그러나 그 이래 미국의 치명적인 드론 공격은 급속히 늘었다. 그와 함께 드론 공격의 신뢰도와 효과에 관한 회의론도 커졌다. 지난 11월 개봉된 새 다큐멘터리 ‘드론(Drone)’이 가장 최근의 비판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한 드론 전쟁을 다룬 그 영화를 홍보하고 CIA의 드론 프로그램을 비난할 목적으로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 4명(스티븐 루이스, 마이클 하스, 시아언 웨스트모어랜드, 브랜든 브라이언트)은 지난 11월 19일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4명 모두 미국 공군 출신으로 일부는 군에서 일부는 CIA에서 일했다.

드론 오퍼레이터의 임무는 기밀인 경우가 많다. 발설하면 은근한 협박에 시달리고 어쩌면 기소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수년 동안 브라이언트만이 드론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에 감동한 다른 3명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상관에게 드론 공격의 위험성과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와 영화가 드론 공격의 표적 선정과 특정 표적 제거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악관과 미국 국방부는 드론이 정밀 무기로서 민간인 살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을 해치려는 테러단체의 지도자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다양한 정보기관이 작성한 드론 공격의 ‘표적 명부’에 오른 모든 이름을 승인함으로써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들은 경험상 드론 공격이 정부가 인정하기보다 더 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부른다는 보고서가 옳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런 희생으로 급진 무장단체의 신규 대원 모집을 오히려 도와주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탐사보도협회(BIJ)에 따르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2009년부터 지난 2월까지 예멘·소말리아·파키스탄에서 250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그 통계엔 치명적인 드론 공격이 더 빈번한 전쟁 지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포함되지 않았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지속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제기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민간인이 희생되거나 부상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거의 확실할 때만 드론 공격을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비정부기구의 민간인 사상자 조사 결과는 그와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정부는 다른 증거가 없을 경우 미확인 사상자를 ‘적’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들은 잘못된 정보로 의도치 않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웨스트모어랜드는 동료 3명처럼 자신도 민간인을 살상했다고 믿는다며 “정보가 잘못되면 완전히 무고한 민간인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적을 제거해도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미국을 증오하는 신세대 테러리스트가 다시 등장한다. 웨스트모어랜드는 “하루도 전쟁 없이,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지 않고 산 적이 없는 열다섯살짜리가 있다”며 “무고한 피해자의 해외 동포가 모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는 급진 사상에 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들은 미국의 적을 정확히 표적으로 삼아도 드론 공격은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드론 프로그램을 비판해온 브라이언트는 미국 시민권자로 알카에다의 고위 모집책이던 안와르 알-올라키 제거 임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올라키는 2011년 예멘에서 CIA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브라이언트는 올라키 제거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드론 오퍼레이터를 그만뒀다. 그는 그 작전을 자신이 세웠지만 선정된 표적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들이 동요했다고 말했다. “우린 올라키가 미국의 반역자이며 제거돼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 헌법에 따르면 반역자라도 동료들로 구성된 배심원 앞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 CIA는 이 문제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에 브라이언트와 함께 드론 오퍼레이터 임무를 수행한 하스는 미국 공군이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기준을 낮췄다고 말했다. “머릿수를 맞추려다 보니 대단치 않은 테러 용의자들까지 표적에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 공군 대변인 크리스토퍼 칸스는 “우리의 원격 조정 비행기(드론) 오퍼레이터들은 국방과 세계 안보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전문적이며 법과 정책을 준수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철저히 따른다. 물론 드론 운용부대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 대부분의 노력은 군을 안정시키고 전투수행 역량을 유지하는데 집중된다.”

그러나 드론 교관을 지낸 하스는 오퍼레이터 훈련생 다수의 사고방식이 원래의 임무인 정보 수집에서 표적 제거로 바뀌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훈련생은 자신이 감시하는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계속 고집했다. 하스가 그 이유를 묻자 훈련생은 “못된 짓을 한다”고 대답했다. 하스는 그 훈련생을 탈락시켰다.

오퍼레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 사람을 탈락시키자 상관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하스는 “미사일 발사 버튼 앞에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오퍼레이터가 앉아 있는 걸 난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강한 살해 충동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그러나 드론 운용부대로선 그 훈련생의 냉혹한 사고방식보다는 훈련이 더 중요했다. 하스는 그를 탈락시킨 일로 10일 정직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그런 관료주의는 실제 드론 오퍼레이터 임무보다는 훨씬 쉬운 편이었다. 그들에 따르면 오퍼레이터는 어두운 벙커에서 오랜 시간 앉아 지내야 한다. 하스는 드론 교관 생활 마지막 6개월을 견디기 위해 마약을 복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신이 맑아진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각성제 과다로 나타난 이상증세였다.” 그는 동료 열두어 명도 마약을 복용했다고 추정했다. “상부에서 알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미국 공군은 그 문제에 관한 논평을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공군 장병은 행동수칙을 지켜야 한다. 공군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은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내린다.”

기자회견에 나온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 4명은 5만∼10만9000달러의 상여금을 거부하고 전역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그 경험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그 장애에 걸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한번 걸리면 지옥을 경험한다.”

드론 오퍼레이터의 PTSD는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실제 현장 전투를 경험한 사람만 그런 장애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나온 오퍼레이터 출신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브라이언트는 “몸에 상처가 없다고 해서 정신적 상처가 대수롭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드론 오퍼레이터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브라이언트는 PTSD 때문에 일자리 갖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그의 수당을 박탈하려 한다. 브라이언트는 “미국민은 군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정치인은 우리가 얻은 것을 빼앗아간다”며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부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물론 미국인의 피를 흘리지 않고 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드론 전쟁을 지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드론 오퍼레이터 출신들에 따르면 오퍼레이터로서 멀리 떨어져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전장에 투입된 군인보다 살인에 둔감해질 수 있다. 하스는 어떤 경우 오퍼레이터가 감시하는 지역의 어린이를 ‘소형 테러리스트’나 ‘훈련 중인 테러리스트’로 부른다고 말했다. “드론 오퍼레이터는 인간성을 배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간성도 잃어버린다.”

글= 뉴스위크 LAUREN WALKER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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