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주대구고속도로 '죽음의 도로' 오명 벗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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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지난 7월 18일 오후 10시쯤 ‘88올림픽 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 입구 부근(대구 방향 75㎞ 지점)에서 A씨(69)가 몰던 1t 트럭과 B씨(44)의 5t 트럭이 정면 충돌했다. 반대편에서 오던 A씨가 중앙선을 넘는 바람에 A씨를 포함해 1t 트럭에 타고 있던 탑승자 5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에 중앙분리대만 설치돼 있었더라면 정면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이처럼 88고속도로에서는 1998년부터 지난달까지 117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335명이 목숨을 잃었다.지난해 88고속도로 1개 차로(100㎞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이었는데, 전국 고속도로 평균(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국토부 도로정책과 강희업 과장은 “88고속도로 사고는 대부분 편도 기준으로 차로가 하나뿐이어서 추월 중에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이 붙었던 광주와 대구를 잇는 88올림픽 고속도로가 22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새로 탄생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고속도로 중간 지점인 경남 함양군 산삼골휴게소에서 왕복 2차로인 88고속도로를 4차로로 확장한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식을 했다.

88고속도로는 영·호남 화합이라는 의미로 1984년 처음 개통했다. 애초 명칭은 ‘동서(東西)고속도로’였다. 하지만 공사 중이던 1981년 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88올림픽 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꿨다.

사고가 잦자 도로공사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광주 측에서는 고서~담양(16㎞) 구간을, 대구 측에선 성산~옥포(13㎞)구간을 4차로와 6차로로 각각 확장했다. 이어 2008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담양~성산(143㎞) 구간에 사업비 2조1349억원을 들여 4차로로 확장했다.

확장공사는 안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급커브 구간이 직선화돼 전체 거리는 182㎞에서 172㎞로 줄었다. 이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760억 원이다. 제한속도는 시속 80㎞에서 100㎞로 높아져 전 구간 운행시간이 30분 단축돼 1시간 42분에 주파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전 구간에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비탈면 경보시스템 등도 설치됐다. 산삼골휴게소에는 도로가 지나는 영호남 10개 지방자치단체가 기증한 수목과 조경수로 ‘동서 화합의 동산’을 조성했다.

이창희(40·대구시 수성구)씨는 “새 고속도로를 달려보니 길이 넒어지고 직선 구간이 많아 훨씬 안전하고 편리해 졌다”고 말했다.

함양=위성욱 기자, 윤석만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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