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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이 합의 위반" 중국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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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중국군까지 거세게 반발해 미·중 관계가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분단 66년 만에 정상회담까지 열며 화해 분위기로 가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도 다시 긴장될 가능성이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18억 3000만 달러(약 2조 1539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한다는 방침을 의회에 통보했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중국은 미국의 무기 판매에 대해 강력한 반대하고 이미 미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돼있다. 미국의 ‘행태’는 중미 간 세 개의 공동성명, 특히 ‘8·17’ 공동성명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양국 군사관계가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82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8·17’ 공동성명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일정 기간 후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군이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앞으로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로 긴장된 양국 군사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 육군 참모총장이 체결한 미·중 군사협력안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협력안에는 양국 군이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내년 양국 육군 간에 연합훈련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만에 팔 무기를 생산한 기업에 대한 중국의 제재도 양국 관계에 악재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미국기업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은 관련된 미국 기업들과 협력, 상업적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대만 무기 판매와 관련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미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양안 관계도 기로에 섰다. 대만 외교부는 1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무기 판매는)미국이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안보에 대한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을 완벽히 증명한 것이며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역대 최고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체결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대만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양안 정상회담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시 양안 정상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양국 정부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었다. 특히 내년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 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차이 후보는 마 총통의 지나친 친중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반발과 관련 “우리가 일관해서 대만의 국방 수요에 충실할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일스 캐긴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6개 행정부를 거치면서도 계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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