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야구부도 입시 비리 의혹, 감독·학부모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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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고교 체육특기생들의 대학입시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개의 수사팀이 각각 야구와 농구 입시 비리에 대해 동시에 수사를 진행 중이고, 수사 대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입학 대가로 4000만원 주고받아
감독 “동문회 후원금인 줄 알았다”

 고교 야구선수들의 입시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 야구부의 입시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입학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고려대 야구부 A감독(58)과 학부모 B씨(47), 브로커 역할을 한 동문회 관계자 C씨(69)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A감독과 C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A감독은 2013년 자녀를 고려대에 입학시켜 주는 조건으로 B씨로부터 4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C씨를 통해 A감독에게 4000만원을 건넸다”며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A감독은 “동문회 후원금인 줄 알고 받았을 뿐 입시 관련 뇌물인지 몰랐고, 금액도 2000만원으로 곧 돌려줬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브로커 역할을 한 C씨가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B씨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A감독과 C씨를 소환해 추가로 진술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서경찰서는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연세대 야구부 입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연세대 입학처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입학을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는 주변 진술이 이어지고 있어 학부모 등 관련자들의 계좌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번 주 중으로 연세대 야구부 입학생과 불합격한 지원자 등 10여 명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대학 외에도 서울 소재 대학 2곳과 수도권 소재 대학 2곳 등 총 10곳에 대한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금품 거래 정황이 일부 확인된 연세대와 고려대 수사를 마치고, 이후 다른 대학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고교야구 입시 비리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교교 농구선수 6명이 한 명당 1억원 상당의 뇌물을 통해 고려대 농구팀에 부정 입학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고려대 농구팀 관계자와 프로농구 2개 구단의 감독, 농구 국제심판 관계자 등 대학·프로농구 관계자 5~6명이 부정 입학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 이들의 금융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윤정민·김민관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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