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카고 갱단 분쟁에 휘말려 보복살해 당한 9살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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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전 타이션 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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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시카고의 한 골목에서 총격으로 9살 소년이 숨진 사건에 대해 시카고 경찰이 “갱단 간 분쟁으로 인한 의도적 보복살해”라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에서 갱단 사이의 보복살인이 자주 일어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개리 맥카시 시카고 경찰국장은 5일(현지시간) 사건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숨진 9살 소년 타이션 리는 골목으로 유인돼 살해당했다”며 “리는 그저 지나가다 총격을 당한 게 아니며 단순사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맥카시 국장은 “리의 아버지가 특정 갱단과 관련이 있으며 또 다른 갱단과 분쟁을 겪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은 35년 간 경찰에 복무하면서 본 가장 잔혹하고 비겁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리는 지난 2일 오후 시카고 남부의 데이먼에서 6~7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총격이 일어난 곳은 리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골목으로 리는 학교를 마친 뒤 사촌과 함께 할머니 집에 가던 중이었다.

리의 아버지 피에르 스톡스는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스톡스는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총격은 고의적으로 저질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아들이 타깃이 아니었다면 등과 얼굴에 그렇게 많은 총격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카고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난 8월 이전부터 빚어진 갱단 간의 분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몇 명의 용의자를 추적 중이지만 아직 체포된 용의자는 없다. 경찰은 3만5000 달러(약 4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시카고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져 있다. 마이클 플레저 목사는 “어린 소년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골목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이번 사건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개탄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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