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총리 "일본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중앙일보

입력

“일본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주었다. 한일관계 나아가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선 일본의 진정성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여장 경험에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 자연스럽다 느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에 한일관계를 다시 바라본다’라는 주제로 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은 패전국으로써 무한책임을 짊어져야한다”며 “‘더 이상의 책임을 촉구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때까지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에 대해서는 “특정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협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용기를 가져야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사과가 이루어진다면 동아시아 차원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ASEAN) 10개국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의회’를 제안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부조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EU처럼 다양한 분야와 현안들을 함께 논의하는 기구가 아시아에도 구성될 수 있다”며“교육,문화,환경 등 협력이 쉬운분야에서 시작해 안보나 통화 등 어려운 부분으로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혐한정서’가 한일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건 아닌가”라는 패널의 질문에 대해서는 “헤이트 스피치는 현재 일본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자신감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생긴 부작용”이라며 “일본이 경제적으로 회복하고 자신감을 찾는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TPP에 대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각 나라 산업에 직격타를 준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조항 역시 한국이나 일본처럼 성숙한 국가에는 적절하지 않아 FTA를 통한 무역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엔 정ㆍ재계 인사들이 기획한 뮤지컬 ‘Waist Size Story’에 여장 차림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여장을 하면서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매우 자연스러운 거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재임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담화 하루 전인 8월13일 서울에서 ‘동아시아평화선언’을 발표했고, 그 하루 전에는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했다.

김민관 기자kim.mink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