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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홍경민 그리고 평균 연령 13세 이스트라이트 밴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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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섞인 말투로 배꼽인사를 하는 예의바른 10대들. 이들은 지난 7월 가수 홍경민과 함께 KBS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섰던 10대 밴드 이스트라이트, 김창환 프로듀서의 연습생이다. 1976년생, 18년차 가수 홍경민과 평균 연령 13살 연습생 밴드가 어떻게 한 무대에 서게 됐을까. 홍경민과 이스트라이트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홍경민씨는 10대 협연 전문이라고도 하는데, 10대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는 이유가 있나요.
(홍경민) “프로들과 함께 했을 때 보다 아이들과 함께 했을 때 더 빛나는 무대가 있어요. 예를 들어 기존 가수들은 음이탈 하면 치명적이거든요. 그런데 여섯 살 짜리 아이는 ‘저어 멀리 동해바다 외로우운 섬~’ 이렇게 음정이 틀리고 버벅거려도 순수함 때문에 그게 또 매력이 될 수 있거든요. 그게 좋아요.”
‘불후의 명곡’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좀 위험 부담이 있었을 텐데…
(경민) “아이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창환이 형(김창환 프로듀서)에게 놀러 왔다가 아이들이 연습하는 걸 처음 봤어요. 와 10대도 이 정도 연주를 할 수 있구나 싶었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도 10대 때 밴드활동 해봐서 알거든요. 잘 할 수 있는데 기회가 별로 없어요. 답답하죠. 사람들은 제가 ‘흔들린 우정’으로 데뷔한 줄 아는데 그 전에도 몇 곡 냈었어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완전 실패였죠. 그러다 ‘흔들린 우정’을 작곡한 김창환 프로듀서를 만났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차례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이스트라이트는 참 운 좋은 밴드네요. 실력이 있어도 알아봐주는 이가 없으면 힘들잖아요. 이스트라이트는 SNS를 통해 캐스팅했다고 들었어요.
(이석철·15·드럼) “페이스북에 귀여운 강아지 사진이 있길래 친구 요청을 했어요. 그 강아지 주인이 대표님(김창환 프로듀서)이셨죠. 대표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제 영상을 보시고는 캐스팅 하셨고요.”

(김준욱·14·기타) “음악이 너무 좋아서 피아노도 쳐보고 플룻도 배워보고 하다가 기타를 치게 됐어요. 매일매일 연습 했는데,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지요. 그러다 작곡도 하게 됐고요. 이 정도면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괜찮겠다 싶어서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으로 캐스팅 된 거죠. 신기했어요.”

(이은성·15·보컬) “저희 보컬 모두 (이우진·12, 정사강·13) 보이스키즈코리아 방송에 나갔던 유튜브 영상으로 캐스팅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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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은성(보컬), 이우진(보컬), 이석철(드럼), 김준욱(기타), 이승현(베이스), 정사강(보컬)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강)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7살 때 혼자 있기 무서워서 부모님 퇴근하실 즈음에 맨발로 집 밖에 마중을 나갔다가 도로 공사하는 곳을 잘못 디뎌 발을 데었어요. 이후 부모님께서 저를 이대로 집에 혼자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드럼 학원에 다니게 됐습니다. 학원 원장님 눈에 띄어 록밴드도 하게 되고, 보이스키즈코리아에도 나가게 됐지요.”

(우진)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어요. 엄마가 노래 선생님이에요. 제자들 데리고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에 저도 따라갔지요. 그런데 저한테 노래를 시키시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 싫다고 울고불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다 덜컥 오디션에 붙은 거예요. 그 이후로 보이스 키즈도 나가게 되고 이렇게 좋은 대표님도 만나게 됐죠. 지금은 엄마에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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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민씨는 10대 밴드였지만, 데뷔는 솔로로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경민) “아버지가 밴드 활동 하는 걸 싫어하셨어요. 음악 하는 걸 반대 하신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신문 기사를 보시고는 세상이 바뀐 것 같다며 허락해주셨어요. 단, 솔로로 활동하라는 조건이 붙었죠. 아들인 저 하나는 책임질 수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다른 친구들도 부모의 반대가 심했거든요.”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꿈꾸는 1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경민) “G-DRAGON처럼 할 자신 있으세요? 그럼 하세요. 기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현실입니다. 지금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야 해요. 음악 한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 멋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요. 예를 들어 드럼을 배우면 어느 정도까지는 멋있기도 하고 재밌죠. 그런데 유명한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는 손에 피가 날 때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음악 하려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서 성공하려면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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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문을 열어’를 열주중인 이스트라이트 멤버 김준욱(왼쪽부터), 이승현, 이석철

인터뷰가 끝나고 홍경민은 불후의 명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다. 경민 삼촌과 함께 하는 무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이스트라이트의 눈이 반짝거렸다. 베이스·기타·건반·드럼을 리드하며 함께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다운 노련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하고 멋진 무대 보다 음악하는 10대의 꿈을 응원하는 ‘선배’의 역할을 택한 가수 홍경민. 그런 그가 있기에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스트라이트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김창환 프로듀서가 한국의 리키마틴을 탄생시킨 것 처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음악을 하고싶다는 이스트라이트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글=성슬기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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