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중·일 턱밑 추격 … 항공·공항 산업 경쟁력 살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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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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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긴장이 높아가는 것과는 달리 경제적 교류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한·중·일 각국의 국제여객은 연평균 6%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항공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공항 산업의 경우 지금은 우리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곧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중형 여객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일환으로 15년 내에 1600개의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또한 공항인프라 재편과 항공정책 개정을 통해 동북아 항공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항공네트워크 강화와 시설확장이다. 정부 및 국적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인천공항의 취항노선을 더욱 확대하고 급증하는 여객을 수용하기 위한 공항시설 확장사업을 적기에 추진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동북아 국가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 구축을 목표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국가간 항공회담을 통해 신설 공항들을 포괄하는 항공노선을 확장해 나가고, 경제·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동북아 신뢰구축과 상호협력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중·일이 공동으로 항공자유화협정을 추진하게 된다면 유럽공동체 수준의 자유로운 교류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로 해외공항사업 확대와 글로벌 협력관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 인천공항은 지금까지 11개국에서 8615만 달러(약 1030억원)에 달하는 22건의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함께 리딩공항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우리 기업들과 공동으로 해외공항 건설사업에 진출하고, 해외공항 인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인천공항이 코펜하겐 공항과 공동으로 이스탄불 신공항 운영 컨설팅사업을 수주한 것은 그 시작이다.

 셋째, 단순한 공항을 넘어 관광·문화·쇼핑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공항복합도시를 개발해야 한다.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전체는 약 116㎢의 면적으로 홍콩섬(78㎢)이나 마카오(30㎢)를 능가하는 규모로서 아직도 미개발된 지역이 많다.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최고의 지정학적 이점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광레저시설·복합리조트·항공교육 및 정비단지가 융합되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또 수도권에 인접한 장점을 살려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도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각종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건립한다면 국민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관광수지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국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국내 관광레저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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