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영의 건강 비타민] 대장암 유전자 가졌다면 50세 전 암 확률 90% … 10대부터 검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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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정부에서 시행하는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만 50세부터 대장암 검진을 받도록 돼 있다. 정상적일 때는 50대부터 받는 게 맞지만 20대에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르면 10대에 받아야 한다.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줄여서 가족성 용종증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용종은 대장에 혹처럼 튀어나온 융기물(폴립)을 말한다.

 박모(24·서울 송파구)씨는 지난해 2월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 수백 개가 발견됐다. 이후 1년6개월 정도 추적 관찰하다가 올 8월 대장을 전부 잘라내고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았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처럼 암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수술을 받은 것이다. 박씨의 아버지·남동생·여동생도 예전에 수백 개의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다.

 가족성 용종증은 대표적인 유전성 대장암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주로 10대 초반 전후에 용종이 발생하기 시작해 수백 개의 선종성 용종이 발생한다. 용종 중 30~50%는 암으로 발전하는 ‘선종’이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30대 이하는 약 3.4%지만 35세 이하의 34.7%가 가족성 용종증 같은 유전성 대장암 환자(미국 국가암연구소 조사)다. 이런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21세가 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않으면 7%가 대장암에 걸린다. 50세까지 치료받지 않으면 90%가 걸린다. 이들이 대장암 진단을 받는 평균 나이는 약 39세다.

 가족성 용종증 환자는 수술로 대장을 전부 또는 일부 절제해 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최모(29·대전 유성구)씨의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가족성 용종증을 갖고 있었다. ‘병원에 가봐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2013년 7월 설사가 심해 병원을 찾았다. 이때는 이미 직장에 암이 발생해 복막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8차례의 항암치료 후 지난해 10월 수술을 받았다. 그 후 다시 4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만약 본인이 가족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거나 가족 중 이런 환자가 있다면 1~2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대장 외 다른 장기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20세부터 갑상샘 초음파,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녀들도 대장암 관련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10~12세부터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성 용종증과 같은 유전성 대장암은 철저한 정기검진을 통해 대장암까지 가는 것을 막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률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조부모·부모·자녀 중 대장암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2~3배 높다. 2명이 대장암이면 3~4배 정도 높다. 직계가족 중 대장암 환자는 없지만 선종성 용종이 발견되면 대장암 발병률이 2배 높다. 여기에 해당한다면 대장 내시경 횟수와 시기를 정상적 조기 검진(50세 이상, 5~10년 주기)보다 앞당겨야 한다. 검진 시작 시기는 환자가 암이 발생한 나이에서 10살을 뺀다. 아버지가 50세에 대장암이 발병했다면 자식은 늦어도 40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인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종이 나오고 크기가 1㎝ 미만이라면 절제 후 3년마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선종 크기가 1㎝ 이상이거나 다발성인 경우 절제하되 1년 뒤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면 일반인처럼 검진을 받으면 된다.

이강영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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