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때문에 사람 싸움 … 5·18기념공원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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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으로 이사 온 회사원 박모(36)씨는 5·18기념공원을 찾았다가 기분을 망쳤다. 퇴근 후 산책 삼아 들른 집 근처 공원에서 반려견 주인과 크게 다툰 것이다. 박씨는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개가 다가오자 “혹시 물지도 모르니 목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인은 “한번도 사람을 문 적이 없다”며 자리를 떴지만 개는 또다시 박씨 곁으로 다가왔다. 박씨는 개 주인과 말다툼을 한 뒤 10분도 안 돼 집으로 돌아왔다.

 광주 도심 속 녹지 공간인 5·18기념공원에서 반려견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공원에는 오후 6시가 넘으면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주민들로 붐빈다. 평일에는 30~40마리, 주말과 공휴일에는 50마리 이상의 개들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일부 반려견 주인들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으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 공원을 관리하는 5·18기념문화센터 측에는 개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반려견 출입을 완전 금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원이 증가하면서 5·18기념문화센터 측도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과태료 부과에 나섰지만 반려견 주인들의 반발로 단 한 건도 부과하지 못했다. 반려동물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으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 6월부터는 ‘5·18기념공원 지킴이’ 30여 명이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매일 공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로 안내방송을 하고 플래카드를 내건다. 5·18기념문화센터 관계자는 “공원 내 반려견 출입을 금지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시민들을 배려해 공중도덕을 철저히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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