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때 아닌 남자의 자격

＜결승2국＞
○·탕웨이싱 9단 ●·김지석 9단

제9보(80~92)=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잃을 것을 걱정하게 되는 법이다. 결승3번기의 서전을 장식하고 결승2국에서도 상대를 벼랑으로 몰아붙인 상황이 되니 백의 도발로 차단된 우변 흑 일단이 불안하다.

　하루 전 대국도 초반에 주도권을 잡아놓고도 중반에 낙관하다가 한때 뒤집히지 않았는가.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다. 조심해야 한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검토실의 주문이 빗발치는 가운데 81부터 85까지 정해진 길을 가고 탕웨이싱은 86으로 내려서서 검토진이 예상한 최강수단을 들고 나왔다.

　삼성화재배는 점심시간이 없다. 아침을 거르고 대국실로 향한 김지석의 체력이 고갈돼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지, 검토실에서 별별 우려가 설왕설래하는데 김지석은 87~91로 기대보다 더 끈끈한 수단으로 난국을 헤쳐 나온다.

　“지석이가 흑A로 끊는 수를 봐야 하는데. 남자라면 거길 끊어줘야 하는데….”

　검토실에서 때 아닌 남자의 자격(?)이 거론된다. 무슨 뜻일까. 의미가 있다. 여기서 흑은 A의 곳을 끊어야 한다. ‘참고도’ 흑1 끊고 백2로 나갈 때 흑3이 안성맞춤. 백4면 흑a로 나가든 아니면 흑b로 선 다음 a, c를 맞보든 어떻게 변화해도 흑이 좋은 결과다. 김지석은 과연, 이 수를 보고 있을까?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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