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기업의 청년 일자리 계획, 정부·정치권이 힘 보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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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17일 삼성그룹이 앞으로 2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총 3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직업훈련과 인턴십 제공 3000명 등 1만7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기존 청년 일자리 프로그램을 확대해 1만3000개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어제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9500명을 신규 채용하는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정착 여부에 따라 내년엔 채용 인력을 1000명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년간 2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던 SK는 최태원 회장의 복귀에 맞춰 46조원의 투자 계획을 추가로 내놨다. LG디스플레이도 2018년까지 10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한화는 2017까지 1만7569명, 롯데는 2018년까지 2만4000명의 신규 채용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지난달 17개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 해결”을 당부한 직후 대기업들의 화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현안이다. 공식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구직 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청년 백수 110만 명은 우리 경제·사회에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주름을 만들고 있다. 청년은 미래의 인적 자본이다. 청년이 무너지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그간 우리 대기업들은 자금을 쌓아둘 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대기업들이 이번에 일제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나서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현대차마저 임원 월급을 깎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일자리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그저 그런 자투리 일자리 만들기로 흐르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 등을 더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