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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숲 속 동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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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숲에 사는 즐거움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김원중.안소연 옮김
사이언스북스, 372쪽, 1만5000원

호숫가의 포식 동물이자 청소 동물로 알려진 크기 1㎝ 남짓의 물맴이는 타고난 전지형차(全地形車)다. 한 수역에서 다른 수역으로 옮겨갈 때는 날아다니고 땅 위를 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면.수중 양쪽에서 매끄럽게 헤엄치고 잠수하기 때문이다.

또 물맴이는 배 만드는 조선 기사들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선박의 속도 계산 공식에 의하면 물맴이의 최고 속도는 0.25노트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2노트까지 내는 것. 비결은 선박은 중력파를 만들어내는데 비해 몸이 가벼운 물맴이는 속도 내는데 유리한 표면장력파를 만들어내는 데다 뒷다리 두 쌍을 벌새의 날개치는 빈도보다 빠른 초당 50~60회 찰 수 있다는 데 있다. 덕분에 물맴이는 초속 43㎝로 헤엄치며 분당 0.8㎡ 내의 먹이를 휩쓴다. 물맴이가 낮에는 적게는 50마리에서 많게는 10만마리까지 군집을 이루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뿔뿔이 흩어지는 이유는 한동안 과학자들에게 연구 대상이었다. 관찰 결과 물맴이들의 행동은 무리지음으로써 분비물인 물맴이독의 독성을 높여 물고기.개구리.두꺼비 등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월든 호숫가의 자연주의자 소로의 후계자로 불리는 저자가 쓴 이 책은 단편적 지식을 단순 나열해 놓은 딱딱한 생물 교과서와는 거리가 멀다. 동물학자인 저자가 미국 메인주 숲 속에 통나무 오두막을 지어놓고 주변 동물과 곤충들의 생리를 오랫동안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를 생생하게 전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에는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동물.곤충들의 놀라운 돌출 행동,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 규명, 자연과 우주의 섭리에 대한 성찰 등 감칠맛 나는 대목이 그득하다.

하지만 물맴이의 경우처럼 전문적으로 파고든다면 청소년들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시행착오를 능청스럽게 털어놓는 글쓰기가 이런 걱정을 던다. 말벌의 가슴 온도를 재려던 저자는 "여러번 쏘이고 나니 녀석들과 사이좋게 지낼 마음이 줄어들었다"고 푸념한다.

시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문장들도 곳곳에서 만난다. 가령 "각기 크기가 다른 여러 마리의 (송곳벌)애벌레가 여러 나무를 갉느라 따뜻한 여름밤에 기이한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같은 문장들.

책은 폴란드에서 태어난 저자가 단지 어렸을 때 가지고 놀 장난감 기차가 없어 딱정벌레 관찰에 매달리게 됐고, 그 결과 평생 동물연구를 하게 된 사정도 상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나의 오늘이 있기까지'에 흥미로운 생물 지식들을 버무려 놓은 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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