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 사퇴 금지를” vs “후보자 자유인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과 당원들이 4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왼쪽부터 이종걸 원내대표, 조기석 대구시당위원장, 김 위원장,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 [김경빈 기자]

내년 총선 때 야권연대를 목적으로 후보를 사퇴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을까. 총선 후보자의 사퇴를 제한하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사퇴 금지’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퇴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여당안) 제도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전국을 5~6개 권역별로 나눠 뽑는 제도·야당안)를 “빅딜하자”(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새누리당)는 제안이 나오면서 이 문제가 수면으로 나오고 있다. 여당 소속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은 4일 “빅딜을 하려면 후보 사퇴 금지도 못 박아야 한다”(여상규 의원)는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양당은 이미 정개특위 선거법심사소위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놓고 한 차례 격돌한 것으로 국회 속기록 확인 결과 나타났다. 다음은 속기록의 문답.

 ▶정문헌(새누리당) 의원=“(총선) 후보자의 사퇴 제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선거구 획정으로 들어가자.”

 ▶김태년(새정치연합) 의원=“아니, 사퇴는 후보자의 자유 영역인데 굳이 제한하려는 이유가 뭔가.”

 ▶여상규(새누리당) 의원=“(사퇴 후보가 받은) 무효표 방지도 있고, 등록했다가 사퇴하면 선거 관리 비용도 들어간다.”

 ▶김태년 의원=“무효표 방지는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한 것 아닌가.”

 ▶여 의원=“사퇴를 허용해 놓으면 야합이나 이면의 부정 행위가 개입돼서….”

 ▶김상희(새정치연합) 의원=“사실 (야권) 정당·후보자 간의 연대를 의식해서 이런 법안을 낸 거 아닌가.”

 ▶여 의원=“연대한다며 사퇴하는 것이야말로 민의의 왜곡이자 야합이다.”

  김상희 의원의 지적대로 여당의 계산은 야당의 ‘선거 승리 공식’ 중 하나였던 야권연대, 즉 후보 단일화를 막는 데 있었다. 2012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긴 했어도 야권 연대후보들은 곳곳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그래서 선거법으로 후보자 사퇴를 못하게 막아 야권연대를 원천 차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 강력 반발해 정개특위 논의는 더 이상 진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자를 뽑을 경우 경선을 치르는 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후보 사퇴는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여상규 의원은 4일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뽑힌 후보가 본선에서 사퇴하는 게 ‘먹튀’와 뭐가 다르냐. 오픈프라이머리의 전제는 사퇴 금지의 법제화”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 대표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 300석을 넘기지 말라는 여론을 존중해야 한다. 늘어나는 지역구 의석만큼 비례대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빅딜은)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보고를 받고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여당의 움직임엔 야권연대를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없다면 비례대표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