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로 골머리 앓는 영국 "우리 거리라고 황금 포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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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유럽, 특히 영국에서 재정적 혜택을 기대하는데 우리의 거리라고 황금으로 포장돼 있는 건 아니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이 2일 영·불 언론 공동 기고문에서 한 얘기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은 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불법이민자 수천 명이 프랑스 칼레에서 영불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면서 터널 양쪽에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는데 대한 입장 표명이다.

영국은 한발 더 나아가서 이민법을 대폭 강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영국 체류 자격을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세입자에 대해선 곧바로 퇴거시키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에게 법원의 명령이 없이 임대 계약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만일 집주인이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최대 5년 형에 처해질 수는 처벌 규정도 도입했다. 현재 웨스트미드랜드에서 시범운영 중인 데 이걸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아이가 있는 이민자의 경우 난민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주당 36파운드(6만7000원)을 주던 제도를 폐지한다. 제임스 브로큰셔 이민장관은 “영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란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현재 1만 명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 자선단체인 난민대책회의에선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난민 가족들에게 지원을 끊는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사진설명=프랑스 항구도시 칼레에서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유로터널에 진입하려는 난민과 이들을 막으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칼레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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