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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지현에게 '암살'·최동훈·'제2의 전성기'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제가 하얀 드레스 입고 혈투극 벌이는 장면 너무 멋있지 않았어요? 멋있죠?(웃음)"
22일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개봉을 앞둔 배우 전지현(34)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최고치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얘기만 시작하면 목소리는 한 톤 올라가고, 눈빛은 반짝 빛난다. "최동훈 감독님과는 여러 가지로 잘 맞아요. '도둑들'을 한 뒤 다음 영화도 감독님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감독님이 먼저 '암살'을 제의해주셔서 감사했죠. 감정의 교감도 좋았어요. 이번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혈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너무 멋있지 않았어요? '이런 장면을 내가 하다니'라는 생각에 촬영 전부터 굉장히 설렜어요." 주인공 전지현만 '암살'를 좋게 본 건 아니다. 전지현의 대표작 1순위로 '암살'을 올려도 된다는 반응이 나올만큼 평론가들의 호평이 대단하다. '도둑들(12)' 이후 영화 '베를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세 작품 연속 상승세만 탄 전지현. 과연 더 올라갈 곳이 있을까 싶었는데 아직 더 남아있었나보다. "'암살'로 천만이요? 물론 기대하죠.(웃음)

-'암살'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감독님과 '도둑들'을 하고 뭐랄까. 정말 굉장히 좋았다. 작업을 하다보면 제가 좋으면 감독님도 좋고, 제가 싫으면 감독님도 싫고 그런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데 감독님은 좋고, 싫음을 넘어서 애매모호한 감정까지도 캐치하고 같이 감정을 교감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감독님과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도둑들'을 하기 전에도 감독님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의 영화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지만,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지 않나. 캐릭터가 강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저 역시 캐릭터가 강한 게 더 잘 맞기 때문에 감독님의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둑들'에서 좋은 경험을 했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었는데 마침 감독님이 '암살'을 제안해주셔서 감사했다.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도 다음 영화는 감독님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선 완벽하니깐 거부할 수 없었다. 감독님의 아내인 (안)수현 언니와 친한데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냐고 문자가 왔길래 어떻게 좋다는 표현을 해야할까 고민이 됐다. 그 정도로 좋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최동훈 감독의 뮤즈가 되겠다고 여러차례 얘기했다.
"요즘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감독님이 원하시면 다음 작품도 하고 싶다. 감독님과는 여러가지로 잘 맞는다. 제게 있어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도 믿고 출연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신념의 독립군 안옥윤을 연기했다.
"안옥윤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공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물론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 총을 쏘는 장면을 찍는 건 특히 어렵더라. 옛날 총을 사용해서 더 불편하기도 했다. 총이 익숙해지는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실제 총이 무거워서 가짜 총을 만들어줬는데 그건 또 너무 가벼워서 연기할 때 어색하더라. 달리면서 총을 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훈련할 때도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액션 연기에 특화된 몸을 가졌다는 반응도 있다.
"몸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사실 클로즈업이 편하긴 하다. 위만 신경쓰고, 다른 건 신경을 안 써도 되기 때문이다. 풀샷을 잡으면 연기할 때 어색할 때도 있고 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도 있다. 하지만 전신이 나올 때 좀 더 많은 게 표현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좋아한다. 또 매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다행히 몸을 쓰는 게 익숙한 것 같다. 운동을 매일 하니깐 몸이 많이 예민해졌다. 손 끝과 발 끝까지 예민해지는 느낌이다. 그 점에 총을 쏘는 신에서 도움이 됐다. 총을 쏘는 장면에서 발끝이 흐트러지면 안되는데 그걸 잘 잡은 것 같다. 액션은 '간지'가 나야하지 않나.(웃음) 그 느낌을 살리는 데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됐다."

-운동은 언제부터 꾸준히 했나.
"'블러드(09)'때 부터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유산소 운동을 한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선보이는 총격신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 정말 멋있지 않나? 시나리오를 보고 '아, 나도 이런 장면을 찍는구나'라는 설렘에 가득찼다. 하얀 드레스에 피가 묻어있고 총을 들고 싸우는 혈투극이 진짜 멋있지 않나? 홍콩 영화에서 볼 법한 그런 장면을 제가 하다니.(웃음)"

-영화에서 거의 민낯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에선 (메이크업) 베이스만 깔았다. 영화 조명이 세니깐 광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강한 조명에 이상하게 나오지 않으려면 메이크업을 하긴 해야된다. 하지만 이번엔 광만 죽이는 정도의 화장만 했다. 거의 안 했다. 전작 때도 화장을 안 하고 출연한 적이 꽤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그 때 보다 나이가 들어서 알게 모르게 걱정했지만 내년 보다는 올해가 젊으니깐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하정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유난히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하정우 씨는 정말 재밌다. 재밌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지 않나. 심각한 사람이 옆에 있는 것 보다 재밌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게 더 좋은 건 당연하지 않나. 촬영 현장에서 기다리는 것 조차 힘들 때가 있는데 그 때 마다 항상 유쾌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니깐 굉장히 좋았다. 베스트 프렌드까지는 아니지만(웃음) 편안한 관계에서 작업을 하니깐 일의 능률도 올라가는 것 같다."

-그동안 김수현·하정우·휴잭맨과 키스신을 했다. 그 중 어떤 키스신이 가장 강렬했나.
"이번에 '암살'에서 하정우 씨와 격렬하게 키스신을 하지 않았다.(웃음) 하정우 씨와는 묘한 감정선을 계속 가지고 간다. 키스신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키스한 분들 중 하정우 씨와의 키스신이 가장 애특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선 '도둑들'이나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보여주는 코믹한 연기가 전혀 없다.
"천송이 때 실컷 했는데 뭘 또. (웃음)"

-영화가 개봉 전부터 호평일색이다.
"리뷰 보고 눈물 흘릴 뻔 했다. 다 좋은 반응 뿐이어서 감사했다. '암살'을 대표작 1순위로 올려도 좋을 것 같다."

-영화 '베를린'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도 신작 '베테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암살'과 경쟁하게 되는데.
"지금은 최 감독님과 동지다. 같이 할 때만 같은 팀이다.(웃음)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우리 작품이 더 잘되면 좋겠다. 하하."

-결혼하고 연기 활동을 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없다. 다 똑같다. 주변의 시선이 좀 더 부드러워진 건 있다. 그렇다 보니깐 제 스스로 편안해진 것도 있다. 여배우로서 주의해야할 점이 많은데 결혼하고 나서 그런 제약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편해진 느낌이다."

-'도둑들' 전 작품은 흥행면에서 아쉬웠다. 조바심을 내진 않았나.
"전혀. 위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때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그 나이에 뭐든 결정을 내린다는 게 이르지 않나. 20대에서 배우 생활을 은퇴한다면 거기까지가 나에 대한 결과물이고 그에 대한 평이 나왔겠지만, 하지만 계속 연기를 할 생각이었고 전체 인생을 봤을 때 한 부분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둑들'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비결은.
"작품을 잘 고른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작품은 다 직접 골랐다. 운좋게 최근 몇년 간의 작품이 흥행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기거나 새로운 조력자가 생긴 건 아닌다. 정말 운 좋게도 좋은 감독님을 만났고, 드라마에서 좋은 작가님을 선택한 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사실 '엽기적인 그녀'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때가 한류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그 땐 너무 어리기도 했고 여러가지 영광들을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그게 굉장히 큰 영광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별에서 온 그대'로 다시 관심을 받았을 땐 그게 더 고맙고 굉장하게 느껴졌다. '별에서 온 그대'가 콘텐트만 잘 된 게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들이 인기를 끌면서 책임감도 더 많이 느꼈고, 제 자신도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해외 쪽과 작업할 일이 많았다. 그때부터 생각한건데, 배우가 연기 등 역량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가진 마켓도 놓치면 안 되는 것 같다."

-'암살'을 위해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지금은 다시 기르는 중인가.
"일단 기르고 있다. 이번에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니깐 속도 편하고 여러모로 좋더라. 주변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으면 기르고, 다시 잘라도 괜찮은 것 같다. 이젠 예전처럼 긴 생머리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 시기인)것 같다. 이젠 제 멋대로 할 생각이다.(웃음)"

-'암살' 천만 영화 기대하나.
"그렇다. 뭐, 되면 좋을 것 같다. 기대는 된다.(웃음)"

사진=김민규 기자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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