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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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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이 부강국의 문을 연 열쇠는 무엇인가. 미국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기업가정신」(entrepreneurial spirit)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번주 호에서 「올해의 인물」로 「피터·위버로드」를 뽑으며 똑같은 말을 했다. 『미국의 기업가 정신이 어떤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LA올림픽의 운영을 맡았던 사람이다.
흔히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하는 올림픽을 프러페셔널리즘의 극치인 기업가적 경영방식으로 운영해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역설이 아니다.
또 거기에 아낌없는 박수까지 보내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한술더 뜨는 격이다.
「위버로드」가 LA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 임명되었을 무렵 LA시의회는 『올림픽을 위해 시예산은 한푼도 써서는 안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일찌기 그의 관광회사인 퍼스트 트래블사를 아메리컨 익스프레스 다음 급의 회사로 성장시켰던 「위버로드」의 경영능력은 이때 섬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첫째, 미국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어떻게 극적으로 연출하느냐에 착안했다. 그것은 전체주의국가인 소련의 올림픽 참가 거부에서 오히려 자극을 받았다.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이다.
둘째, 기업의 자유경쟁 원리에 철저했다. 그는 세계의 기업들을 상대로 『우리 기업이 제 일』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조장했다. 올림픽 게임엔 3백80여개의 기업이 스폰서(광고주)로 붙는다. 「위버로드」는 그것을 30개사로 줄였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의 경쟁을 시켰다. 광고값은 파격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다. 코닥 필름사와 상담을 벌이며 싫으면 후지필름과 계약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IBM사에는 NEC사를 들먹였다. 잔혹할 정도의 경쟁원리였다. TV중계계약도 마찬가지였다. 타임지의 표현을 빌면 「공격적인 재정계획」이었다. 횃불 운반을「갈지」자 코스로 만들어 일일이 돈받는 아이디어도 「위버로드」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모든 일에서 상상을 뛰어 넘는 기지를 발휘했다.
세째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섭외력이다. 그는 동구권의 국가들을 참가시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비밀 외교까지 했다. 소련의 설득을 들으러가는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대통령을 도중에서 붙잡고 올림픽참가를 설득, 동의를 받아냈다. 역시 기업가정신이다.
그의 생애를 보아도 역시 기업가적인 자수성가형이다. 일찌기 10대시절에 집을 뛰쳐나와 신문소년에서 시작, 나중엔 거대 관광회사경영주까지 되었다.
결국 맨손으로 시작한 LA올림픽은 2억1천5백만달러의 흑자로 끝낼 수 있었다.
『하면 된다』는 정신, 『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의지의 승리. 이것은 타임지의 표현이지만 미국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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