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행동주의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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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행동주의(Activist) 투자자 때문에 세계 증시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주 가치를 크게 올린다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며 야유를 보내기도 한답니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배구조가 나쁘거나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의결권을 확보한 뒤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 전략을 뜻해요. 기업에 배당금을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영진을 교체하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사실 이럴 경우 소액투자자에겐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대형 펀드가 알아서 대기업을 압박해서 배당금도 받아내고 또 주가도 올려주니까요. 보통 헤지펀드와 기업간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양측간 지분 매입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또 기업 경영이 효율화되고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지요.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아요. 이들이 기업의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연구개발(R&D) 등 장기 성장을 위해 써야 할 돈을 배당금으로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지요. 투자자 입장에선 그해에 배당금을 받고 주식을 팔아치우면 그만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제때 R&D에 투자하지 못하면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자산운용 규모는 1200억달러로 최근 10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해요. 이들은 최근 운용하는 돈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기업을 겨냥하기도 한답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인 애플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요구를 관철하기도 했어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이후 S&P500 대기업의 15%가 행동주의 헤지펀드로부터 경영진 교체, 전략 변화, 구조조정 등의 요구를 받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이 헤지펀드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어요. 이 경우 지분대결로 가는데 요즘엔 헤지펀드의 승률이 80%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런 요구 때문에 미국 기업의 올 한해 자사주 매입규모가 1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랍니다. 이는 기존 기록인 8630억달러(2007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지난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82%으로 전체 헤지펀드 수익률(7.88%)을 크게 앞섰지요.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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