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10년 더 사용 … 박원순·유정복·남경필 대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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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 13개월 동안 8차례 만나 매립지 문제를 풀어냈다. [사진 환경부]

서울시와 환경부는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토지 소유권을 인천시에 내놨다. 한 해 약 1200억원인 쓰레기 반입 수수료 징수권도 함께였다. 그게 열쇠가 돼 인천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문제가 타결됐다. 내년 말까지만 쓰기로 했던 매립지를 앞으로 10년 정도 더 사용하고, 그사이 대체 부지를 찾는다는 게 골자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8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만나 이런 내용의 매립지 사용 계획에 합의했다. 지난해 5월 환경부 주재로 환경부·서울시·인천시·4자 협의체를 만들어 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지 1년1개월 만이다. 그간 윤 장관과 세 자치단체장은 여덟 번 머리를 맞댔다.

 인천시 매립지는 1992년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와 환경부가 인천시로부터 땅을 사들여 조성했다. 지분은 서울시가 71.3%, 환경부가 28.7%를 갖고 있다. 당초 매립지는 2016년 말까지만 쓰기로 했다. 그때면 매립지가 거의 포화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종량제 실시 등으로 쓰레기가 줄면서 여유가 생겼다. 1~4매립장 중 아직 2매립장까지만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2010년을 넘어서면서 서울과 경기도에서 “3, 4매립장을 활용해 2044년까지 쓰자”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시는 반대했다. 주변 주민 피해가 크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맞서다 상황이 급해진 지난해 5월 협의체가 구성돼 13개월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2매립장을 완전히 다 쓴 뒤 3매립장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3만㎡(1공구)까지 더 쓴다는 내용이다. 지난해처럼 한 해 약 336만t이 들어온다면 10년가량 계속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합의를 이끌어낸 핵심은 서울시와 환경부의 토지소유권, 수수료 징수권 포기다. 1690만㎡ 매립지 소유권을 인천시에 넘기기로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토지 가치가 1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인천은 또 한 해 1200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반입 수수료도 거두게 됐다. 내년 1월부터는 반입 수수료가 50% 올라 1800억원이 된다. 10년간이면 1조8000억원이다.

 매립지를 추가 사용하는 동안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는 대체 매립지를 찾기로 했다. 각각 대체 매립지를 만들지 공동으로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기한까지 대체 매립지를 만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3매립장 106만㎡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달아놨다. 놀이공원 조성 등 백석동 매립지 인근 주민을 위한 개발에는 환경부와 세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여운호 인천대 생활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재를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화를 통해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반발한다. 인천시 서구주민대책위 김선자 사무처장은 “3매립장 1공구뿐 아니라 106만㎡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조항까지 따지면 사실상 매립지 사용을 무기한 연장한 것”이라며 “합의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시 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기준 빚이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아시안게임 등을 치르며 빚이 많이 늘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7.5%로 광역시·도 중 가장 높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최모란·강기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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