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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대륙에 민정복귀 "훈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남미대륙에 민정 복귀의열풍이 불고 있다.
중남미 전역을 전투복 색깔로 물들였던 군부가 2년전 외채위기를 고비로 병영으로 퇴각하고있는것.
올들어서만도 ▲엘살바도르▲파나마▲에콰도르에 민선정부가 들어섰고 베네쉘라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우루과이는 지난달말 군부통치11년의 종지부를 찍는 총선을 치렀다.
42년간의「소모사」독재를 물리친 니카라과의 좌익 산디니스타정권도 지난달4일 혁명5년만에 처음으로 선거를 실시했다.
지난3일에는 지난해10월미국의 침공을 받았던 그레나다가 총선을 실시했고 내년1월에는 중남미 최대국가인 브라질이 군부집권 20년만에 처음으로 민선대통령을 뽑는다.
브라질의 민정이양이 이루어지면 남미12개국중 파라과이·칠래와 좌경 군사정권인 수리남을 빼놓고 모두 민간정부가 들어서는셈.
또 중미8개국 가운데는 과테말라를 제외하고 모두 민정복귀에 성공했으며 카리브해 13개섬나라들도 쿠바와 부자2대에 걸친 독재국가인 아이티외에는 대부분 영국의회민주주의 스타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중남미 전체33개국(인구3억5천만명)중 85%이상이 민정을 되찾아 이지역 인구의90%가 그 혜택을 받게 됐다.
중남미 민주화에 서광을 비춰준 것은 82년10월 볼리비아의 군정종식.
건국후 1백89차례의 군사쿠데타를 경험한 정치불모국 볼리비아가 20년간의 군정에 종지부를찍는 총선을 실시한 것은 중남미의 민주부활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변혁이였다.
민정이양의 추세에 불을 붙인 인물은 아르헨티나의「라울·알폰신」대통령.
「알폰신」의 작년말 총선승리는 아르헨티나에서는 더이상 군부독재를 허용치 않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소산으로 중남미 탈군정의 흐름을 가속시켜 이웃 군사정부국가들에 큰 충격을 주었다.
7년간에 걸친 군정잔재청산을 과제로 내건 알폰신」은▲군부가저지른 고문·납치·살인등 소위 「추악한 전쟁」의 규명▲군요직의 대폭개편▲군수경제의 해체▲국방예산의 대폭삭감등 군부에 대한 민간정부의 우위를 강조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통치능력부족의 자인서를 쓰고 민정이양을 한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침체때문.
70년대 한때 경제호황을 주도한 군사정권들은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외채를 끌어들이면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않아 물가상승·높은실업률과 인플레율등으로 경제파탄에 직면하게 됐다.
따라서 군부는 산업화를 주도하는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상실했으며 정권유지의 명분도 함께 사라졌다.
민정이양의 또다른 배경은 민간정치세력의 성장. 경제적어려움을 군부의 경직된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명되자 민간정치세력의 정치적 유연성이 돋보이게 된것이다.
또 군부의 인권탄압은 국민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으며 민정복귀의 열망을 가열시켰다. 민정이양의 대세를 거부하고있는 대표적 국가는 칠레와 파라과이.54년부터 파라과이를 30년간 통치해온「알프레도·스트로에스네르」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군부독재정권으로 70년대 중미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적도 있으나 최근 주요 생산물의 수출부진, GNP하락등 경제난관에 봉착해있다.
계엄령하에서 반정부인사를대량 검거하고 있는 칠레 또한 이웃 국가들에 의한「민주포위망」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거리.
청년 좌익「아옌데」정부를전복시킨「아우구스토·피노체트」군사정권은 집권 11년간정치개방(아베르투라)과 정치탄압을 번갈아 가며 유효적절히 사용, 통치를 해왔으나 앞으로 민주부활의 거센바람으로 국내외에서 더욱고립될 것이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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