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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대형화등 과제는 그대로|대구택시운전사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난마처럼 얽힌 택시업계의실상과 허상을 백일하에 드러낸 대구택시운전사 집단시위사건.
지난5월25일 상오2시30분부터 대구시내 택시운전사 3백여명이 사납금인하, 부제운행감축, 노조결성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택시를 도심지에 세워 교통을 차단한채 집단시위에 들어갔던 이사건은 전국 택시운전사들의 호응을얻어 불길이 부산·대전·김천·강릉·논산등지로까지 번졌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채 해를 넘기고있다.
대구사건때 운전사들의 규탄대상이었던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 전이사장 최양찬씨(56). 그는 지금 자신의 회사인 제일택시의 정비공으로 변신해있다.
물론 사주 (사주)임에는 틀림없으나 경영은 상무등에게 맡기고 매일아침 8시30분에 출근, 기름때 묻은 정비복 차림으로 하루종일 노조원들과함께 차량정비와 세차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15년간자리를 지켰던 「조합이사장」은 물론 20여개의 각종 직함도 모두 내놓았다. 최씨는 밑바닥의 일을 체험하는데서 지난 인생을 반성하며 보람을 찾는다고했다.
사건직후 경찰은 사태수습을 위해 최씨소유 회사인 제일 택시, 제일교통, 진여교통, 신광교통등 4개 택시회사에 대한 집중수사를 벌였었다.
그러나 시의사건과 관련된직접적인 혐의는 잡지못한채 소득표준율을 잘못 적용해 유류대를 과다지출한 혐의로 조세범처벌법위반혐의로 입건, 최씨는 대구지법으로부터 1천5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건당일에도 시위문전사들이 제일택시로 몰려와 주차장에 있던 택시 12대를 뒤엎고 (이 택시도 후에 최씨가 직접 정비했다) 사무실을 부숴 1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봤으나 최씨는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 운전사는 단한사람도 시위에 가담치 않아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사건전부터 운전사 자녀장학금을 지급하고 생계를 보조했었다』 고 주장하는 최씨는 이사장자리를 너무 오래지킨 탓으로 불명예스런 퇴진과 재산상의 피해를 감수했으나 누구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당시 집단시위사건의 주동자로 구속기소된운전사는 8명.
이들중 l심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이성호 (29·유창교통)·김윤호 (24· 부광택시)피고인등 2명은 항소심 계류중이며 이무갑씨(26·극동자동차) 등 6명은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구속 70일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씨는 8월20일부터 회사에 나갔으나 회사가 배차를 해주지 않아 1개월간놀다 현재는 예비기사로 취업중. 그러나 월 7∼10일밖에 일을 하지못해 생계의 위협까지 받고있다.
이송제씨 (27·부옥택시)도 석방후 예비기사로 취업중이며 성동기씨 (29·유창교통)는 왼쪽발을 다쳐 1개월간 치료를 받은뒤 출근했으나 회사측에서 의료보험마저 말소시키고 『내년 1월부터 정상출근하라』는 바람에 지금까지 일자리를 못구하고 있다.
이밖에 곽창식 (30·신진택시)·권기태 (34·부광택시)·김병옥 (36·동) 씨등 3명은 석방과 동시 소속회사에서 고정기사로 근무중.
사건직후 일제히 1만원씩내렸던 사납금은 3개월이 채안돼 『경영이 어렵다』 는 이유로 차종에 따라 3천∼5천원씩 다시 올랐다.
그러나 운전사들은 개인택시가 급격히 늘어 법인택시는 철야근무를 해도 사납금을 충당하기가 힘들다고 주장, 사납금을 다시 올린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있어 집단행동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있는셈이다.
운전사들의 노조결성은 총l백26개회사중 사건발생당시14개회사에 불과했으나 그후80개회사로 늘어 근로자들의 발언권은 강해진 셈.
그러나 운전사도 살고 회사도 살수있는 시급한 과제는 택시회사의 대형화.
대구의 경우 택시20대 미만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전체의 42·1%인 53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자나 운전사가 모두 택시의거리·시간병산제실시에 우선 기대를 걸고있는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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