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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본 통계] 경제고통지수 2002년말부터 가파른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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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사가 안된다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가 나쁘면 당장 일자리가 문제다. 공장의 기계를 덜 돌려도 물건이 안 팔리자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인다.

이런 판에 물가까지 오르면 삶은 더욱 고달파진다. 특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한다. 바로 이런 고통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다. 어느 시점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해 계산한다. 경제생활에서 느끼는 불쾌지수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역시 최대의 국난으로 불린 외환위기 직후에 높았다. 1998년에 무려 14.3(실업률 6.8%+물가 7.5%)까지 치솟았다가 환란을 극복하면서 점차 낮아졌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다시 높아졌으며, 그 기울기가 가파르다.

올 1월 7.3(실업률 3.5%+물가 3.8%)에 이어 3월에는 8을 넘어섰다(실업률 3.6%+물가 4.5%=8.1). 이라크 전쟁이 빨리 끝나 한 숨 더나 했는데, 북핵 문제와 사스 복병이 찾아왔다. 이러다간 올해 고통지수가 10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나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계산하니 이 정도지, 아파트값 상승률로 치면 수치가 껑충 뛴다. 참여정부 1백일을 평가하는데 경제 쪽 점수가 나쁜 것도 상당부분 여기에 이유가 있다.

체감 고통은 어디 사느냐에 따라 다르다. 7대 도시 중 환란 이후 가장 빨리 개선된 곳은 울산이다. 98년 15.9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는데 지난해 그 3분의1 아래로 내려갔다. 지역 기반인 자동차와 조선업의 형편이 좋아 실업률이 낮아진 덕분이다.

96년(8.7) 이후 6년 연속 고통지수 1위의 불명예를 안았던 부산도 지난해 6.2로 개선됐다. 르노삼성이 약진해 자동차부품 산업이 살아났고, 부산 영화제와 아시안게임 개최, 신항만 건설 등으로 지역경제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광주(98년 16.0→2002년 5.7)와 인천(15.2→6.2)도 크게 개선됐다. 인구의 4분의1이 북적대는 서울도 같은 기간 15.1에서 7.4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고통지수는 광역시.도 중 가장 높고, 4년 사이 개선 폭은 가장 작다. 그래도 악착같이 '서울에서 살리라'고 고집하는 것은 물가고와 취업난으로 대표되는 고통보다 누릴 수 있는 다른 혜택이 크기 때문인가?

경제고통지수가 경제상황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 주거와 환경.교통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개념이지만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면 민심도 멀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양재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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